(서울=연합인포맥스) ○… 지난해 11월 이후 완전히 얼어붙었던 금융당국과 우리금융그룹의 관계가 '화해모드'로 바뀌고 있다.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금융당국의 생리에 밝은 임종룡 회장이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에 공을 들이면서, 당국 또한 껄끄러웠던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우리금융의 행보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3일 비공개로 창립 22주년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축사였다.

우리금융은 행사에 앞서 금융위 측에 김주현 위원장이 축사를 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번 요청은 임종룡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지난해 말 이후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인 김 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줬으면 한다는 생각에 그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번 행사에는 임 회장은 물론 역대 우리금융 회장들과 자회사 대표들, 새로 구성된 우리금융 사외이사들, 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초 우리금융은 지난해는 우리금융지주 재창립일이었던 1월 11일에 맞춰 21주년 창립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부터는 지난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설립됐던 그룹의 역사를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창립일을 4월 2일로 옮겨 기념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의 취임 이후 우리금융과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내부는 물론 경쟁사들 사이에서도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의 위상이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는 내정 직후부터 라임펀드 관계 소송 이슈를 해결한 데 더해, 최근엔 상생금융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한 발 앞서 정부 정책과 손발을 맞추는 데 집중했던 임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임종룡 회장>


특히, 김 위원장과 임 회장은 공통점도 많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 25회, 임 회장은 24회로 비슷한 시기에 공직생활을 시작해 커리어를 쌓았다.

나이는 김 위원장이 1958년생으로 1959년생인 임 회장보다 한 살 위지만 이 또한 큰 차이는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직생활 중 업무 영역이 크게 겹쳤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업무 성과와 숨은 노력들을 존중하는 건전한 관계였던 것으로 안다"며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지냈을 당시엔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맡았던 시절이라 현재와 비슷한 구도였던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 또한 '임종룡 체제'의 우리금융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이번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우리금융은 대한민국 금융역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발전했다"며 "국내외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에 새로 취임한 임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혁신과 도전으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길 부탁드린다"며 "금융위 또한 우리금융과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 또한 향후에도 정부 정책과의 코드를 맞추려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 문제가 대두하자 우리은행이 가장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도 임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 회장은 창립 22주년 행사에서도 향후 우리금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데 기념사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최근 167년 전통의 크레디트스위스가 일순간에 간판을 내리고 UBS에 매각됐다"며 "더 이상은 회사의 오랜 역사나 전통이 생존이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금융시장의 대전환기이자 우리금융의 중차대한 변곡점이다"며 "그간 우리가 그룹의 골격을 갖춰왔다면 앞으로는 성장동력을 본격 가동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업문화 혁신과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영업 실적·자본충실도 제고 등 3대 과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임 회장의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주-자회사가 '원팀'이 되면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며 "124년 전통의 우리은행부터 이번에 식구가 된 우리벤처파트너스까지 모두 '우리'의 이름으로 최고를 향한 도전에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정책금융부 정원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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