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사람들이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환상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주 끝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3.5%가 조만간 인하된다고 예상하고 주택 구입하는 경우를 경고했다. 저금리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발언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다시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고 예상해서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면서 "금융비용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미국(빨강)과 독일(파랑)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금통위 후 세계 중앙은행장들이 모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도 세상이 이전의 저금리시대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면서도 높은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월은 "비록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떨어졌지만, 아직 너무 높은 수준이다"며 "적절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를 높이지 않을 것도 천명했다. 최근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인 7.48%로 올랐다. 이는 금리가 3% 미만이었던 2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고금리가 확실히 가계의 재무 압력을 높이는 게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전세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이자 비용은 21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6천원(67.4%)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폭 증가다. 최근 주택 가격 반등에도 부의 효과보다는 이자 부담으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주택 경기 개선은 가계대출을 수반한다며 주택 구매 대기자는 자금 저축을 위해 오히려 소비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한은은 소비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지만, 고금리와 대외여건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 전망치를 이전보다 0.2~0.3%포인트 낮춰 잡았다.

2000년부터 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

 

세대별로는 고금리를 경험하지 못한 20대가 가장 취약한 고리로 등장하고 있다. 20대의 은행 연체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빚 탕감을 받은 숫자도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다. 취업이 쉽지 않아 소득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빚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20대의 빚 증가는 사회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결국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많아서다. 낮은 출산율이 개선될 여지가 더 희박해지는 셈이다. 2000년 9.58%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20년 0.795%까지 내렸다가 작년 말 4.548%까지 급격히 올랐다. 지금은 3.759% 수준이다. 체험만큼 더 좋은 학습이 없어서, 누구든지 사건을 겪은 뒤에는 현명해진다고 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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