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2일 뉴욕 원유시장 마감가 기준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88.84달러다. 시장 수급을 고려할 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연가스 등 각종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정세를 감안해도 유가가 극적인 하락을 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적극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12월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하기로 했고, 러시아도 3월부터 시작한 원유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금리, 고물가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유가 하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과 불편한 외교 관계인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런 사정을 봐가며 감산을 중단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 물가와 금리, 환율 등 제반 변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주는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는 당분간 고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물가를 완전히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고유가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접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대한 인하 기대도 상당 부분 뒤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잡히는 듯했던 물가가 7월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가운데 유가 상승 국면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가의 상승은 우리의 무역수지,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5월부터 7월까지 최근 3개월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대외변수의 안정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고 환율, 유가 등이 안정되면서 작년부터 시작된 무역적자 구조가 다소나마 개선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무역흑자의 지속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붉은선)와 월별 무역수지 동향(막대그래프)

 


천연자원 없는 우리나라는 나라 밖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물건을 팔아 무역흑자를 낸다. 이런 구조에서 유가의 상승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배럴당 120달러가 넘는 고유가 현상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작년의 무역적자는 우리 수출이 부진해서라기보다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의 전방위적인 상승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올해 목표인 1.4% 경제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회복, 상저하고의 키워드 대신 위기관리, 비상대책이라는 단어가 자리할지 모른다. 달러-엔은 147엔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원 환율도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료 인상 압박이 심해질 것이고, 한전의 부채 문제와 채권시장 불안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모두 작년에 경험한 악재들이다. 올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 작년에 겪었던 시장의 불안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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