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어느 때보다 긴 추석 연휴와 분기 말이 겹치면서 자금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단기물은 벌써 들썩였다. 91일 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8개월 이래 최고치인 3.80%대로 진입했고, 같은 기간 기업어음(CP)도 2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4.0%대로 올라섰다. 대외 요인까지 가세하니 장기물도 반응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래 금리를 보여주는 점도표와 성장률 전망을 둘 다 높이면서 미 국채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덩달아 국고 3년과 10년물도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지난 1년간 91일물 CD(빨강)와 CP(파랑) 금리 추이
현재 수준은 작년 말보다는매우 낮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함께 내는 목소리는 시장이 흔들릴 때 죽비같은 역할 한다. 때마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국은행이 단기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공개시장 운용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적절히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총리가 한은 공개시장 조작을 언급할 정도면 공조는 거의 완벽해 보인다. 연합인포맥스도 지난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지난 13일 오전 8시47분 송고한 [자금불안 되풀이되나] 기획물 3건 등 참고)을 처음으로 문제 제기하고, 연속 보도하면서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해왔다.


지난 1년간 국고3년(빨강)과 5년(파랑) 금리 추이
현재 수준은 작년 말보다는매우 낮다

 


다행히 올해 연말 자금시장은 지난해 10월의 강원중도개발공사발 사태 직후같이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어 선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전채 등의 악재를 경험하면서 소화해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심동체로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선제 대응하는 점도 큰 안정 요인이다. 소위 F4 회의로 불리는 기재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이 모이는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부와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에서는 더 철저히 공조하기를 바란다.


22년도 거시건전성정책(Macro-Prudential Policy, MPP)기조와 기준금리가 엇갈린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다른 나라와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계속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이는 사실상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과 대출금리 하향 압박 등 정부의 주택시장 연착륙책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대출시장을 압박했어야 할 통화 긴축의 효과가 반감된 셈이다. 세상 누구든지 두 가지 고통 중 하나를 겪는다고 한다. 하나는 평소 자신을 단련하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지 않아서 겪는 후회의 고통이다. 두 고통의 괴로운 정도는 큰 차이가 난다. 얼마나 아픈지는 2년 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물어보면 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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