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년에는 어떤 경제 여건이 펼쳐질까. 장기화하는 고금리 추세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등판하는 미국 대선 등으로 금융시장과 기업 모두가 불확실성에 놓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게 공감대지만 물가가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막연함이 있다. 과거에는 급격한 통화 긴축 후에 어김없이 경제 전반에 침체가 찾아왔지만, 현재는 정보의 빠른 순환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업종은 얕은 침체에 그치는 등 양상이 제각각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연말 연초에 기업은 인사를 한다. 우스갯소리로 임시 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임원들을 시작으로 말단 직원까지 순서대로 승진과 이동이 발표된다. 지난달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린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최현만 회장과 함께 창업 멤버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내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LG그룹에서는 44년 재직기간 중 17년간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을 두루 역임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다. 취임 5년 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영 비즈니스 포럼 참석한 경제인들
(런던=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첫번째 줄 오른쪽), 구광모 LG회장(첫번째 줄 왼쪽)등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영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22 zjin@yna.co.kr

 


반면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지난 삼성전자는 '한종희-경계현' 양 날개 체제를 유지하며 경영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신 사업발굴 조직을 신설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렇게 내년 초까지 금융회사와 재계는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승진, 인사이동 발표를 계속 쏟아낼 예정이다. 인사가 많은 파장을 만들어 내고 주목받는 이유는 조직과 시장이 최고 경영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직원들은 매년 인사에서 경영진의 계획과 앞으로 주요 사업의 방향성을 읽어내고 내년을 준비한다. 또 인사는 살아남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인사는 불평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출처 : 이나모리 가즈오 공식 웹사이트

 


역설적으로 불평등은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 쓴 약으로 여기는 개인에게는 개선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고, 이런 개인이 모인다면 기업도 성장하게 된다. 반대로 특정인에게만 장기간 이득을 주는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조직 전체를 망친다. 아마도 불평등의 끝판왕으로 보이는 인사는 기업의 재무 사정이 어려워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이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이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재건하면서 남긴 말은 두고두고 회자한다. 회장은 수십 년 같이 일한 동료들의 정리해고를 앞두고 선뜻 결정을 못 내리는 경영진에게,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았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을 위한 인사는 비정과 닮았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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