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아, 이건 컴퓨터다' 생각이 드는 때가 있어요. 이게 바로 (외환시장) 선진화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최근 서울 외환시장 딜러들은 전자거래 활성화를 체감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매 순간 카멜레온같이 모습을 바꾸는 시장 상황에도 미리 시나리오를 생각해 둔 것처럼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손길이 부쩍 늘었다는 게 딜러들 전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특정한 수식에 맞춰 컴퓨터가 자동으로 프로그램에 의해 매매하는 알고리즘 거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년 외환시장 선진화에 발맞춰 외환거래 인프라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고객 시장에서도 사람이 중간에서 전화 등을 통해 적정 가격을 찾아주고 거래를 성사하는 보이스브로킹(voice broking) 대신 전자거래시스템(API)이 점차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고객의 외환 거래 주문을 컴퓨터가 받으면 직접 은행 간 시장에서 입력해 둔 알고리즘 기반한 거래로 연계한다. 컴퓨터가 주문받고 거래까지 나서는 셈이다.

은행 간 시장에서 거래상대방으로 사람(딜러)이 아닌 컴퓨터를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API는 입소문도 탄다. 이종통화 딜러들 사이에서 어느 글로벌 은행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격이 더 좋은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알고리즘 수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달라진다. 딜러들은 고도화된 API 역량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외환시장에 새로운 외국 금융기관들이 참가자로 등장한다.

해외에 소재를 둔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가운데는 이미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전자거래가 익숙한 곳이 대다수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거래가 확대되면 더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마지막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 총회가 열린다.

주요 안건 중 하나는 API 운영지침(Rulebook)을 만드는 일이다. 이미 시장에서 API를 마주한 딜러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외환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과 시장 불안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딜러들 손으로 미래의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API에 가이드라인을 부여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인공지능(AI)으로 세상이 바뀌는 터라 국내 외환시장과 딜러들도 예외가 아닌 현실에 마주하고 있다.

AI 반도체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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