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은행(IB) 강자인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꿈이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겠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1위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토대로 인수합병(M&A) 등 각종 IB 부문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된 때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합병하면서 당시 자기자본 7조8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알리며 재차 등장했다.

지난 2016년에는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 육성방안을 내놓으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에는 모두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증권사 대표이사(CEO) 차원에서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겠다고 공표한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초대형IB 육성방안을 내놓은 뒤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 중에서도 지난 2017년 말 가장 처음으로 단기어음 발행 업무까지 인가받았다.

유상호 당시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발행어음 선두 주자로서 개인과 기업,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이용해 혁신기업에는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개인고객에는 신규 자산 증식 수단을 제공하는 모델을 구축해보겠다는 포부였다. 기존 위탁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던 증권사 수익구조 패러다임을 뒤바꿨던 전환점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24년,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재차 '아시아의 골드만삭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전체에서도 1등을 차지하겠다는 의미다. '한국판'에서 한 걸음 나아간 표현이다.

김성환 사장은 "반드시 최고의 성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골드만삭스는 단순히 자기자본이 큰 회사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타사 대비 월등한 보상으로 뛰어난 인재를 끌어모아 쓰는 것도 골드만삭스의 대표적인 성공비결로 꼽힌다.

이런 골드만삭스도 최근에는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JP모건과 웰스파고 등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0% 넘게 급증할 때, 골드만삭스는 60% 쪼그라들었다. 2018년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 CEO가 취임하면서 야심 차게 소비자금융 부문에 진출했는데, 금리 급등으로 부실 대출이 쌓인 탓이다.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가계대출 부문을 빠르게 늘렸던 점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잘나가던 골드만삭스도 CEO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경쟁에서 밀려났다.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를 안고 출발하는 김성환 신임 사장이 그려나갈 앞으로의 한국투자증권이 주목되는 이유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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