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는 인구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중대한 기로를 맞는 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드는 이른바 '트리플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는 2020년생은 고작 27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0년대만 해도 40만명대였던 출생아가 20만명대로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출산이 본격적으로 학령인구에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출생아는 25만명이고 2023년은 합계출산율 0.7로 최저치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도 있다.

저출산이 계속되다 보니 어린이의 빈자리를 노인이 메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 유치원이 폐업하고 양로원이 들어서는가 하면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가 요양병원으로 변해, 책상 대신 침대가 있는 교실에서 노년을 맞이하는 노령층이 생기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저출산 고령화의 민낯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던 저출산의 경고가 이제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전 세계의 연구 대상이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14세기 유럽에서 번졌던 흑사병에 비유하며 인구감소 위기의 한국에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 초등학교 신입생 사상 첫 5만명대
2023년 폐교한 광진구 서울화양초등학교

 


새해 들어 여러 가지 경제 화두가 나오고 있다. 물가와 고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경제산업구조 재편, 갈수록 격화되는 무역전쟁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급부상한 미국의 대선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구문제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인구가 줄면 경제가 수축하고 결국엔 경제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인은 알고 있으면서도, 해법은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왔다. 출산율을 높이려고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제대로 된 곳에 쓰지 못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당장 3~4년 뒤부터는 코로나 출생 세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이들이 성장할수록 더 혹독한 저출생 쇼크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학교는 계속해서 없어질 것이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제로 성장률 위협에 맞닥뜨린 시대, 축소경제와 소멸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30년간 인구성장률(붉은색)과 경제성장률(파란 막대그래프)
연합인포맥스 차트

 


정부와 학계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고용과 주거, 교육 문제 개선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건 없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했을 뿐이다. 인구절벽에 서 있는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인구 축소에 대비해 생산성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기업들의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과 AI를 활용한 신성장동력 확보다. '변즉생 불변즉사(變則生 不變則死).' 변하면 살지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를 기억해야 한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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