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물량 빠르게 소화…주가 하방 압력 최소화 전략 성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한국에서는 2002년 이후로 20여 년 만에 가장 큰 블록딜이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삼성 계열사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에 관해 15일 이렇게 평가했다.

공동 주관사를 맡은 골드만삭스와 씨티는 10일 장 마감 뒤 삼성전자 주식 2조1천690억 원어치를 매각하는 초대형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JP모건과 UBS도 참여한 수요예측은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오버부킹(초과 청약)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몇 배에 달하는 초과 청약 덕분에 할인율은 10일 종가 대비 1.2%를 기록했다. 제시됐던 할인율 1.2~2.0%에서 최하단을 기록했다.

특히 수요예측 참여자 중 장기 투자자인 국부펀드와 롱온리펀드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헤지펀드와 달리 단기간에 차익 시현에 나서지 않기에 삼성전자 주가에 가할 하방 압력이 낮다.

대규모 물량의 빠른 소화와 장기 투자자 확보에서 주관사의 실력이 확연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 투자기관마다 어떠한 투자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해두는 게 실력"이라고 했다.

골드만 등이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대규모 물량을 적정한 가격에 빠르게 중개하면서도 주가 하락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0.5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블록딜은 2002년 KT 블록딜(3조5천127억 원) 이후에 가장 큰 규모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삼성가가 지분 매각으로 마련한 막대한 자금이 정부의 세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가는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 주식 2조7천억 원어치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자 매각했다.

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 블록딜은 골드만과 씨티만 주관했다. 업계에선 세 회사에 대한 수요예측이 삼성전자와는 다른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주관사의 실력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블록딜 전 세 회사 주식은 각각 3~5%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투자자를 찾은 상태였다. 총 5천350억 원어치의 세 회사 주식을 소수의 투자기관에 중개하는 '클럽딜' 방식이었다. 이러한 거래 전략은 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 관련 오버행(대규모 매도물량) 우려를 지우며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클럽딜 참여자는 소수이기에 '매도 눈치싸움'을 덜 할 수 있다.

삼성 블록딜을 골드만이 주도한 점도 눈에 띈다. 1970년대부터 한국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골드만은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오랜 기간 다져온 하우스다. 2010년 한국투자증권과 합작했던 삼성생명 기업공개(IPO)가 대표적인 사례다.

IB업계 관계자는 "근래에 아시아에서도 이 정도로 큰 딜은 없었다"며 "대규모의 한국 주식 물량을 해외 투자기관에 성공적으로 중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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