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금융시장은 피로감으로 무대응 일색이지만 북한은 지치는 기색이 없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후 새해 들어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정세의 변화도 보인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동하면서 중동, 우크라이나 등의 현안과 함께 북한 문제(중국은 한반도 문제로 표현)도 다뤘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이 비핵화 쪽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전쟁이 임박했다고 볼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북한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IMF 주최 콘퍼런스서 발언하는 파월 연준 의장
(워싱턴DC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1.10 ddy04002@yna.co.kr

 


올해 여러 마리 회색 코뿔소가 세계 곳곳을 배회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라는 용어는 파급력이 크지만, 오랫동안 방치로 익숙해서 갑작스럽게 돌진해올 때 대응하지 못하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다. 미국 정치 자문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세계 10대 리스크'에서 1~3위를 전쟁으로 꼽았다. 특이하게도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미국 내부 분열을 키우는 전쟁으로 보고,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다음은 이스라엘-하마스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우려했다. 이런 흐름을 잘 아는 북한은 지난 주말께 또 순항미사일을 쐈다. 발사 장소가 잠수함 기지가 있는 함경남도 동해상이라 수중 발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올해가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력해진 전·현직 재대결…선거자금 넉넉한 바이든 '강공' (CG)
[연합뉴스TV 제공]

 


우리도 오는 4월 총선을 치르고, 전 세계가 선거의 해를 맞이한다. 특히 11월 예정된 미국의 대선은 연중 내내 전 세계의 큰 불확실성이 될 전망이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직인 도널드 트럼프가 사생결단으로 붙을 여지가 많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에서 대선 결과에 따른 분열이 나타나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약화하고 극심한 혼돈에 국정이 마비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런 상황을 미국의 적들이 반길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업체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전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더 공격적일 수 있으며 미·중 관계도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뿔소 무리
[동물보호단체 아프리카 파크(African Parks) 및 Brent Stirt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행인것은 미국 경제가 강한 소비와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물가는 둔화하는 골디락스 국면이라는 점이다. 고금리가 동반하는 침체도 아직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의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악영향이 커진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성장의 하강 속도를 완만히 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연준에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단기자금시장의 발작은 피해야 할 영순위 시나리오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재상승만큼이나 연준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계 자산에 영향력이 큰 뉴욕증시가 고꾸라진다면 코로나 시기에 쟁여둔 현금에 기반했던 한 미국인들의 대규모 소비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1월 FOMC를 앞두고 연준 의장에게 주택시장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준은 올해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 연중 언제든지 보험적인 선제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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