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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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최근 공모주 시장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상장 시점을 고민해왔던 기업들은 금융투자업계를 찾아 상장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발행사 대부분이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아내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팬데믹 시기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된 몸값에 현혹되어 있던 발행사를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밸류 인플레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 IPO 대어가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에 머물렀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주관사 선정에 참여한 증권사 중 일부는 20조원을 써냈다. 현재 장외시장 가격의 2배 수준이다.

이번 주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제출을 마감한 DN솔루션즈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은 시장의 예상 시가총액인 3조원대의 2배를 적어냈다.

발행사의 눈에 들기 위해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오래된 관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IPO 추진을 결의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주관사 지위를 따내기 위해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높은 숫자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사의 눈높이가 높은 기업가치에만 고정되면 결국 몸값을 맞추기 위해 상장 계획 전체가 어그러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러한 사례를 지난 2년여간 지켜봐왔다. 그럼에도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상장 밸류를 한껏 높인 장밋빛 전망을 속삭이는 편리한 전략을 버리지 못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가 처음 제시하는 몸값은 결국 발행사의 눈높이가 된다"며 "상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시기에 이러한 몸값에 맞출 수 없다면 시기를 연기하는 발행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몸값을 포기하지 못한 IPO 기업은 상장을 연기하고, 구주를 가진 재무적투자자(FI)들은 엑시트를 할 수 없다.

IPO를 강행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손실을 예견한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참여를 포기한다. 시장 자체의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결국 높은 가격에 책정된 공모주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해 전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해외 금융 플랫폼 4개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반으로 희망 공모가를 산출했다. 국내 대표 금융주의 PBR이 1배 미만임을 고려하면, 핀테크로서의 성장성을 고려하더라도 7.3배의 PBR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유동성에 힘입어 상장 직후 주가는 공모가의 2배를 넘어섰지만, 사내 임원의 주식 매도를 시작으로 성장주에 대한 조정이 본격화되며 주가는 공모가의 반토막까지 내려앉았다.

카카오페이 역시 IPO를 추진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 방식인 PSR(주가매출액비율)을 사용하는 대신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를 적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주가는 공모가(9만원) 대비 절반 수준인 4만6천원선이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같은 업종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후발 주자에도 부담이 된다. 경쟁업체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상황은 IPO 추진에 걸림돌이다.

또 다른 IPO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지난해 거의 모든 딜에 '고평가'를 이야기한 것도 결국 공모가 희망밴드가 적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관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에 대한 신뢰를 시장이 잃은 상황에서 적정 가격 발견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높게 책정된 기업가치에 대한 대가는 공모주 투자자가 치른다"며 "상장 직후를 제외하고 공모주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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