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스타트업 성공 신화로 손꼽히는 핀테크 회사 비바리퍼블리카가 IPO를 추진합니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상장 주관사단을 선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장외시장 시가총액의 2배가 넘는 20조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20조원의 몸값으로 시장에 등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 입을 모읍니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영업용 기업가치'가 만들어 낸 허상의 숫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런 밸류에이션 관행의 문제점을 짚고, IPO 기업의 몸값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을 담은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업공개(IPO)를 도울 주관사단을 꾸렸다.

 

까다로운 제안서 내용에 국내 하우스들은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이다. 다만 정작 주관사 선정 기준 중 가장 우선시 된 내용은 '얼마나 높은 기업가치를 산정했는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에 선정된 증권사들은 토스의 몸값으로 직전 투자 라운드의 2배가 넘는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 작업을 위한 첫발을 뗐다.

국내 대표 핀테크 회사로 언급되는 회사인만큼 주관사단에 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러운 입찰제안요청서(RFP) 발표에 국내 주요 하우스는 휴가를 반납하며 비바리퍼블리카의 제안서를 작성했다.

RFP를 받은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유명한 '판교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지난 2020년부터 2년여간 이어진 유례없는 공모주 활황기에 증시에 입성한 IT 회사들의 IPO가 특히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공통적인 핵심 질문 사항을 제외하면 증권사가 독창적으로 서술한 상장 전략을 청취하는 것이 보통의 제안서 내용이다. 다만 이들 기업의 RFP에는 깐깐한 요구사항이 담겼다. 사실상 경영 컨설팅보고서에 준하는 내용이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로 이어진 IPO 릴레이에서 국내 하우스가 유독 볼멘소리를 내왔던 이유다.

토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질문 사항이 적힌 RFP의 페이지 수만 해도 7장 이상이었다. RFP의 주요 내용에는 과거 IPO 실패 사례, 핀테크 산업의 규제 리스크, 국내 IPO 제도 분석 등 상장 전략을 제외하고도 시장 전반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요구했다.

각 증권사에 보낼 RFP 문서에 워터마크를 새기는 등 외부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태도를 보인 점도 '토스답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이렇듯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밀었음에도 결국 비바리퍼블리카가 주관사단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몸값인 모양새다. RFP를 제출한 국내 주요 증권사 중, 기업가치를 높게 산출한 곳들만을 추려 주관사단을 꾸렸다.

장외시장에서 평가한 토스의 몸값은 8~9조 원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있음에도, 주관사들은 15~20조라는 '통 큰' 가격을 불렀다.

주관사단에 선정되기 위해 세일즈용으로 기업가치를 뻥튀기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성장 업종의 IPO 추진 기업이 원하는 몸값을 달성하지 못해 상장을 철회한 사례를 지켜 본 토스가 이러한 '장밋빛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토스의 핵심 비교기업으로 꼽힐 핀테크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의문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RFP 제출 직후 일부 증권사에서 2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써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야기를 듣는 순간 보수적인 관점에서 몸값을 제시한 곳들은 낙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조원의 몸값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미 PBR이 10배를 넘어가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 이상의 몸값을 제시한 하우스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소위 '영업용 밸류에이션'을 어디까지 제시해야 하는지 매번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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