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팀 = 회사의 전략기획부는 '브레인'들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부서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회사 건물에서 퇴근 시간 이후에도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는 부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브레인들을 이끄는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주니어 때부터 전략기획부에서 실무를 다져온 베테랑들이 많았다.

특히 금융지주사가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던 시기 전략기획을 담당하며 인수합병 관련 태스크포스(TF)팀에서 활약하는 등 각 사 주요 변환기 속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이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 증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3조원대 종합금융투자사나 4조원대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시기 각 증권사에서 재무전략을 담당하며 재무 및 조직문화 등 물리적·화학적 통합에 기여했던 실무자들이 임원급 인재로 성장하며, 국내 60개 증권사 가운데 단 9개사만 차지한 종투사 지위를 가진 친정의 살림살이를 이끌어가고 있다.

강민훈 NH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 인수되던 시기 1년간 '시너지추진단'과 '통합추진 태스코포스팀(TFT)' 내에서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LG그룹이 금융업을 철수하면서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던 우리투자증권은 2014년 6월 농협금융지주로 인수된 뒤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현재의 NH투자증권이 됐다.

NH투자증권은 당시 합병을 통해 총자산 42조원, 자기자본 4조3천억원으로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에서 NH농협증권이 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와 통합증권사 임원선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합병에 반대하는 등 잡음도 함께 했다.

당시 강 전무는 통합추진 TFT로서 조직문화 등 화학적 통합과 함께 재무관리부장으로서 합병 이후 재무적 측면에서의 물리적 통합에 기여하는 등 인수 후속 작업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재무·전략통' 장승호 KB증권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KB증권의 탄생부터 톱 IB 하우스로 자리잡기까지, 전 과정에서 재무·전략적 판단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장 전무는 KB금융에서 재무기획부 팀장으로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던 시기 인수 자금 조달 역할 등을 수행했다. 인수 후속 작업을 위한 각종 TFT에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합병으로 KB금융 증권 계열사인 KB투자증권은 업계 18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하며 합병 모범사례로 꼽힌다. 임직원 처우 차이 등 조직 통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난제를 딛고 그룹 영업 네트워크 연계, 재무 지원 등 통합 시너지 전략이 모두 통한 결과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합병 이후 자기자본 4조원대 초대형 IB로의 도약까지 함께한 장 전무는 주전공을 살려 KB증권으로 와 전략기획부장과 디지털혁신본부장을 거쳐 경영기획본부를 이끌고 있다.

이희동 신한투자증권 전략기획그룹장(상무)은 신한금융지주가 굿모닝증권 지분을 인수하고 신한증권과 합병시켜 굿모닝신한증권으로 재출발했던 2002년, 전략기획실에서 합병 작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2005년 신한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되던 시기에도 같은 부서에서 해당 업무를 지원했다.

2008년부터는 4년간 신한지주 전략기획팀에서 일한 뒤 2012년 증권으로 돌아와 CIB기획실, M&A부 매니저, WM기획실, CIB사업부, 상품심사관리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전략기획그룹장으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김정기 하나증권 경영전략본부장은 하나증권에서 줄곧 재무·전략만을 맡아왔다. 하나IB증권이 하나대투증권과 통합되고 하나금융투자, 하나증권 등으로 사명이 바뀌는 모든 시기 인수합병 등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재무전략부서는 증권사 내에서도 키우고 싶은 직원들을 주니어 때부터 투입하는 편"이라며 "학력 등 종합적인 능력을 보기 때문에 석박사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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