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서영태 기자 = "1~5엔씩 오르던 유니클로 옷값이 최근엔 1천엔 올랐어요"

일본 도쿄살이 3년 차 직장인이 물가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곳은 캐주얼 저가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다.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문화적 특성상 일본 기업은 상품 가격을 크게 올리는 편이 아니다. 음식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식으로 가격을 유지하거나 올려봤자 소폭이다.

최근 일본은 달라진 모습이다. 한 음식점은 구글 지도에 올라온 3주 전 메뉴판 가격보다 모든 메뉴가 1천엔씩 비싸졌다. 피부로 느껴지는 도쿄의 물가 상승률이다.

◇연봉 두 배 올리는 도쿄 직장인들…4월 마이너스금리 탈출설 대두

14일 한국은행 동경사무소에 따르면 일본 시장참가자들은 일본은행(BOJ)이 오는 4월 마이너스금리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핵심은 물가, 그중에서도 임금이다.

 

일본은 3년 연속 물가상승률 2% 안팎을 기록했다. 디플레이션을 벗어났다고 하지만 경계감도 여전하다. 임금까지 뚜렷하게 올랐다는 데이터가 아직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는 "일본은행 정책 전환 시기로는 임금협상 결과를 대략 판단할 수 있는 2분기를 예상한다"면서도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신중한 정책 전환 기조를 유지하며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확인되는 내년 3분기 GDP 실적치 발표 이후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도쿄 현지 직장인들은 임금상승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이직하는 과정에서 연봉을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중앙은행 한 관계자는 "엔야스(円安·엔저) 덕분에 일본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면서 작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임금인상을 추진하는 분위기"라며 "노조의 대폭적인 임금인상 요구를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화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에서도 지금까지는 급여를 인상하더라도 상여금을 올리고 기본급은 그대로 뒀는데, 최근에는 기본급을 올린다는 소식이 들리는 회사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요타는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노조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 월 급여 최대 2만8천440엔(25만3천원) 인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지급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제철도 기본급을 노조가 요구한 5천엔(4만5천원)을 초과해 월 3만5천엔(31만2천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도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를 완전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까지 온기 퍼질까…'세제혜택' 적극적인 日정부

관건은 경제성장의 온기가 중소기업까지 번질지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본 내 경제전문가들은 우려보단 기대 쪽에 가까운 분위기다. 일본 정부에서 강력하고 확실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하청업체 납품 대금 후려치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일본 닛산자동차가 수년간 30사 이상에 대해 총 30억엔 가까이 감액하며, 1956년 하청법 시행 이래 최고액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고물가에 대응해 비용 상승분이 공급망 전체에 전가되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청업체에서도 부품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제 혜택으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도 있다. 대기업·중견기업은 임금 상승분의 최대 35%를, 중소기업은 45%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기로 했다. 적자기업에 대한 보상방안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해 최대 5년간 세액공제를 이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엔야스로 인해 외국의 우수인재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도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력 부족을 외국인력으로 메꿨지만, 엔저로 인해 임금이 사실상 삭감되면서 우수인력들이 떠나가는 분위기다.

중앙은행 한 관계자는 "일본 국제학교 선생님들이 한국 국제학교로 스카우트 돼서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엔야스로 인해 급여가 약 30%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일본도 급여를 올리지 않으면 인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과 같이 일본은행 정책 결정보다는 미국 통화정책 기조에 크게 영향받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엔-달러 환율은 사실상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에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해 미·일간 금리차가 축소되면 엔화강세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전망이며, 외환시장 참가자 절반 이상은 올해 주요 통화 중 엔화가 가장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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