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산운용 변화 예의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종언을 발표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특히 자산운용의 듀레이션이 긴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향후 일본의 자산운용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한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일 "일본은 보험 산업에서 국내가 가장 주시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이번에 단행된 금리 인상에 따라 앞으로의 자산운용 방향성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은 인구 구조상 조만간 우리나라 보험사가 갈 길을 먼저 경험하는 사례가 많다. 보험 산업의 구조나 신사업 방향성도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특히 운용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채권 투자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일 일본은행(BOJ)은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단기 금리는 현행 마이너스(-) 0.1%에서 0~0.1%로 인상했다. 10년물 수익률 목표치는 없애고,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도 철폐했다.

YCC가 종료된 이후에도 현재 수준의 국채 매입 규모와 빈도는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국채 만기마다 매입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며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신속히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금리가 저렴한 엔화로 미국 채권 등 해외자산에 투자했던 일본계 자금이 회수될 경우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BOJ의 행보로 인한 자금 청산이 신속이 일어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S&T 담당 임원은 "BOJ의 결정이 역사적인 순간이긴 하지만 금리 인상의 속도가 그리 빠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환헤지나 환오픈 등에 대한 정책적 변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주변 여건에 따라 외화채 투자 수요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20조 엔이 넘는 규모의 해외채권을 사들였다. 이는 직전년도와 비교하면 정반대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벌어진 금리 탓에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 2022년, 25조엔 규모의 외화채를 순매도했다. 외화표시 채권을 매수할 때 발생하는 환헤지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앞선 은행 관계자는 "선진국의 국채수익률이 높아지자 환오픈으로 해외채권을 사면 먹을 수 있는 게 많았다"며 "하지만 일본 투자자들에게 환헤지 후 수익률은 완전히 마이너스였다. 오히려 환오픈이 아니라면 일본 국채인 JBG가 더 이득인 상황"이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본 투자자들은 눈에 띄게 해외채권을 사들였다. 연초 이후 사들인 해외채권도 10조 엔에 육박한다. 금리 정책 등 대내외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환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해외채권을 사들일 만하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일본의 생보사들이다. 일본 생보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2020년부터 꾸준히 해외채권을 순매도하는 추세다.

통상 보험사는 부채 성격이 장기적인 만큼 ALM(Asset-Liability Management) 관리를 위해 장기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 관리를 위해선 해외 채권 투자가 절실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악화한 환헤지 환경이 일본 보험사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생보사 CFO는 "생보사는 리스크 관리, 안정적인 수익률이 최우선인데 환헤지 위험을 감내한 투자를 결정하긴 어렵다. 환오픈은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일본 보험사들이 해외채권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듀레이션 관리를 위한 운용은 JGB로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언제까지 일본 보험사들이 해외채권을 멀리할 순 없으리란 게 시장 참가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낸 이상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한다면, 추가로 장기 금리가 상승할 때까지 JGB 투자를 미룰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히려 BOJ의 긴축이 지연되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뤄지면서 강달러 환경이 길어지는 전망이 짙어지면 환오픈 해외채권에 투자하기 괜찮을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정책 금리 변화상 환헤지 환경이 점차 개선되는 방향이란 점도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금리 인상 영향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일본은행(BOJ)은 전날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2024.3.20 utzz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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