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본이 17년 만에 마이너스금리를 해제하면서 1천200조원에 달하는 엔 캐리 자금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자금, 투자자산 흐름 변화 등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일본 중앙은행(BOJ)이 17년 만에 마이너스금리를 해제하면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서는 일본금리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엔화 익스포저를 늘렸던 국민연금도 올해부터는 환 전략 구사에 있어 난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엔화(JPY) 익스포저가 107억3천만달러(한화 약 14조4천억원)로, 1년 전보다 23억1천만달러 확대했다.

그 결과 통화별 익스포저 가운데 엔화 비중은 2.5%에서 2.6%로 늘었다. 미국 달러화(USD) 73.3%, 유로화(EUR) 10.4%, 파운드화(GBP) 2.8% 다음으로 크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파운드화 비중은 각각 0.1%포인트(P)와 0.2%P 줄였다.

엔화 익스포저 비중이 늘어난 데에는 일본 증시가 버블경제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호황을 보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225지수는 40,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예상보다 빠른 질주를 하고 있다.

올해도 국민연금의 엔화 익스포저가 늘어날지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기금업계 관계자들 중론이다.

연기금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금리가 올라가면 엔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서는 게 맞지만, 시장은 그렇게 반응하고 있지 않다"며 "엔화 움직임이 일본 기업 수익성과 일본 증시에 미칠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므로 지금 상황에서는 판단하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증시가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쉬어가는 재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은 BOJ 발표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모양새지만,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던 일본에서 임금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일본도 구조적으로 물가 압력이 서서히 올라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엔화 등 다른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익스포저가 대부분인 연기금들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미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주시하는 모습이다.

연기금 CIO는 "일본 금리인상이 미국 국채 매도세 등 엔 캐리 자금 회수 쪽으로 표출될 가능성을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 다시 오르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BOJ의 초 완화정책 선봉장이었던 구로다 총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이후 엔화로 매수한 미국 자산은 총 71조7천억엔이다. 미국 채권이 70조7천억엔, 미국 주식이 1조1천억엔 규모다.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딩이 급격히 청산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국가 자산 중심으로 엔화 포지션 청산이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면서도 "연중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엔 캐리의 대규모 청산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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