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정필중 한상민 기자 = 민간연기금투자풀(민간풀) 출범 이후 계속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오는 8월 주간운용사 계약 만료 이후 다음 입찰 때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운용사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조직에서도 입찰 참여 유인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등 민간풀은 사실상 와해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 감당하는 한투운용…'계륵' 민간풀 포기 고민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다음 민간풀 주간운용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낮은 보수 대비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풀이란 중소형 연기금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돕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민간연기금 지원 제도다. 2015년 9월 민간연기금투자풀이 출범한 이후 1년 만에 운용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1조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풀은 4년 전인 2020년까지만 해도 운용규모를 3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등 성장성이 기대되던 OCIO 먹거리였다. 금융위가 도입한 제도하에 운용되는 풀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OCIO를 도입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운용규모가 좀처럼 커지지 못하고 있다. 민간풀은 지난 1월 기준 설정액이 1조2천57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천700억원 축소됐다. 2020년 5월 3조7억원까지 늘어났던 수탁 규모는 그해 11월 1조8천억원대로 급감한 뒤 꾸준히 위축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운용보수는 업계 동일 유형 공모펀드 대비 약 30~100bp 낮게 적용하면서 민간풀 주간운용사 지위는 점차 사업성을 잃어가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 대비 요구하는 전담조직, 인적자원, 운용성과 등은 여타 기관 OCIO 수준이다.

민간풀은 주간운용사 인적자원을 평가할 때 운용 관련 인원수, 운용 관련 경력 가중인원수, 1인당 운용펀드 수, 1인당 운용설정 원본 등을 따진다. 이때 운용인력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요건을 갖춘 자만 한정한다. 조사분석인력과 위험관리인력도 금융투자분석사나 재무위험관리사, 증권분석사, 공인재무분석사(CFA), 재무위험관리사(FRM), 국제대체투자분석사(CAIA) 등 자격요건을 갖춘 자로 한정하는 등 까다로운 편이다.

민간풀 주간운용사로 얻는 수수료는 적은데 관련해서 나가는 비용은 많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수준까지 온 셈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계약 기간까지 역할을 충실하게 할 예정"이라며 "다음 입찰 때 참여할지 여부는 RFP가 뜬 뒤 해당 내용을 살펴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만의 재선정 관심 없는 운용사들…"지원 안 할 것"

민간풀 연기금사무국을 담당하는 한국증권금융은 이르면 오는 5월 민간풀 주간운용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다른 운용사 OCIO 조직에서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민간풀에 지원하지 않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퇴직연금에 주력해 입찰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번 선정 때 우선협상대상자에 들었던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신한자산운용은 고민 중이다.

앞서 2015년 주간운용사 2차평가 대상자에는 당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투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5개사가 올랐다. 2020년 재선정 과정에서는 한투운용과 삼성운용이 최종 평가 대상에 올라 함께 프레젠테이션(PT)을 심사받으며 경합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OCIO는 인력과 시스템 갖춰야 하는데 1조원짜리를 하겠다고 들러붙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서 운용뿐 아니라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인력까지 다 들어가야 하는데, BEP(손익분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OCIO업계 내에서 민간연기금풀은 와해 분위기"라며 "5년 안에 9조원 달성하겠다는 초기 원대한 목표 있었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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