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정필중 한상민 기자 = 재작년까지만 해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 큰 관심을 보였던 금융투자업계가 달라졌다.

OCIO 시장이 좀처럼 커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보수는 낮아지고 전담인력 등 요구하는 수준은 높아지자, 연말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OCIO 관련 조직을 와해 또는 축소하며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는 모습이다.

◇OCIO 조직 축소하는 금투업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연초 OCIO본부를 OCIO센터로 사실상 격하했다.

기존 OCIO본부 내 OCIO운용팀이 랩·신탁 운용조직과 합쳐지며 떨어져 나갔다. 마케팅 기능을 담당한 OCIO센터만 남게된 것이다. OCIO센터장은 기존 본부를 이끌던 김범준 상무가 맡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OCIO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 호서대 기금을 맡게 되면서 증권사 최초로 대학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바 있다.

문제는 규모와 비용이다. 운용 기금 규모는 50억 원으로 수수료만으로 OCIO 인력 등 인프라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요 대학기금을 대부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맡고 있어 추가 성과를 내기엔 문턱이 여전히 높다.

NH투자증권의 OCIO사업부서에도 변화는 포착됐다.

기존 OCIO사업부 내에 있던 신탁본부는 작년 말 조직개편으로 운용사업부로 이관됐다. 사업부를 이끄는 수장 역시 작년 OCIO사업부 대표가 물러난 이후 현재 겸직 없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운용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작년 말 삼성운용의 민간 OCIO를 담당하던 본부장이 신한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기며 업계가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삼성운용이 민간 OCIO의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을 선점한 삼성운용마저 입찰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져 이를 고민하는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이전부터 OCIO 사업 진출을 공언한 곳 중 하나였다. 대체투자사업본부와의 협업으로 대체투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OCIO솔루션사업본부를 없앴다. 현재 한화운용은 OCIO 대신 퇴직연금에 주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성장성이 큰 건 맞는데, 그 규모와 상관없이 수수료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면 고민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OCIO 시장을 선점했다고 해도 입찰 시 수수료를 계속 내려서 쓰기도 해 비용 부담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OCIO를 새로 검토하는 기관 얘기도 잘 안 들리고 기존 수익자들이 보수를 높여주는 것도 아니라 회사에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목표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여러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짜디짠 보수·과도한 요구…매력 떨어진 민간 OCIO

최근 OCIO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며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하우스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 과열 경쟁으로 OCIO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운용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전담인력과 시스템 등 OCIO 운용기관에 요구하는 사안은 계속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금마다 다르지만 공적자금의 평균 보수율은 3bp 안팎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평균 OCIO 운용보수가 30~100bp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민간 OCIO의 경우 공적자금 OCIO 대비 상대적으로 높지만, 해외 정도의 수준까지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역시 OCIO 운용사의 정량평가 요소 중 하나이기에 쉽사리 높게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고용보험기금 등 대형기금은 규모의 경제로 낮은 운용보수를 견뎌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중소형 기금이다.

중소형 기금도 대형기금 수준에 준하는 전담조직과 운용인력 등을 요구하지만, 그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과 비교하면 비용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최형석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전담 인력 10명의 인건비를 연간 10억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운용보수 3bp로 이들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운용규모가 3조3천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전담 인력뿐만 아니라 운용시스템과 리서치, 데이터관리 등 추가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운용규모 1조원 미만의 중소형 기금 및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OCIO는 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다. 중소형 후발주자들이 감수하기에는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의 경우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드는 고정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와 장기간 내다보고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현재 많은 곳이 OCIO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기금을 유치 받는 등 아웃소싱한 이력을 갖추고 있어야 그나마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정당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선발, 후발을 가릴 것 없이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OCIO를 통해 최적의 서비스와 운용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3~4년에 머무는 OCIO 계약기간을 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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