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새 회계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이 13조 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냈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보험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은 IFRS17이 아닌 IFRS9이었다. 금리 상품의 회계처리 기준이 되는 IFRS9 탓에 투자손익이 급감하며 개선된 보험손익 효과를 상쇄시켰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2023년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생보사 22개·손보사 31개) 당기순이익 잠정치는 13조3천5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5.5%(4조1천783억 원) 급증한 규모다.

생·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5조952억 원(+37.6%), 8조2천626억원(+50.9%) 증가했다.

생·손보사 모두 IFRS17 덕에 보험손익이 이익 전환했다. 보장성 상품과 장기보험 판매가 늘어난 데다, 신계약비 이연 상각기간이 종전 7년에서 보험기간까지로 확대된 영향이 컸다. 보험부채의 이자비용을 투자손익으로 변경처리하면서 비용이 줄어든 영향도 반영됐다.

그 덕에 보험손익은 생보사가 4조8천743억 원, 손보사가 9조7천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투자손익은 생·손보사 모두 악화했다. IFRS9 도입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이 늘어난 데다, 금리 하락으로 평가손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에 생보사가 1조6천180억 원, 손보사가 2조6천917억 원의 투자손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직전 연도와 비교하며 28조 원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특히 금리부 자산의 규모가 큰 생보사가 93%나 급감하며 직격탄을 받았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37조6천2억 원으로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생보사는 112조4천75억 원으로 15.3%나 줄었다. 보장성보험 위주 판매 정책과 더불어 주식시장 위축 등으로 보장성 보험 수입보험료는 늘었지만, 저축성 보험이 급감하고,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의 수입보험료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손보사는 125조2천17억 원으로 4.2% 증가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 일반보험, 퇴직연금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보험사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9%와 8.02%로, 일 년 새 각각 0.40%p 상승, 0.20%p 하락하며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였다.

총자산은 1천224조6천억 원으로 6.5% 줄어든 반면, 자기자본은 166조6천억 원으로 87.4%나 급증했다. 변경된 회계제도로 자산이 줄었지만,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되며 부채가 더 크게 줄어든 덕이다.

금감원은 "회계제도 변경과 실적 개선 영향으로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이 증가했다"며 "금리와 환율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FVPL와 관련한 손익, 자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재무 건전성을 상시로 감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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