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은 기준금리 인하 쪽이 우세하다.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부터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인 긴축수위를 낮추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해바라기처럼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를 쫓아가는 다른 중앙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도 마찬가지다. 수출은 회복세지만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내수를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최근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 위원은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금리를 정상화할 때 상환 부담을 완화해 내수를 진작하는 긍정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그동안 매파로 분류돼왔다.

서울(파랑), 5대 광역시(노랑), 8개도(녹색) 아파트 상승률 추이
출처:한국은행

아래쪽으로 금리 방향은 잡혔지만 시기와 폭은 또 다른 문제다. 일단 자산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시점에서 정책금리 인하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또 앞으로 환율과 부동산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은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마저 살아있음에도 올해 연중 고점을 경신하고 1,350원에 다가섰다. 미 경제의 탄탄함 때문에 달러 강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은 여파다. 가계대출과 직결되는 국내 부동산도 이전과 다른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0%의 변동률을 기해, 16주 만에 하락세를 접었다. 전셋값은 44주째 올랐다.

달러-원 환율(파랑)과 BIS 원화 명목실효환율(노랑) 추이
출처:한국은행

문제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에서는 부동산 표심을 유혹하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점이다. 분당 같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지역 현안인 1기 신도시 같은 곳은 어김없다. 여야 가리지 않고 홍보하는 광역급행철도인 GTX연장 등도 일종의 부동산 심리 자극제 중 하나다. 국회의사당을 옮긴다는 이야기도 재등장했다. 이런 공약 홍수 속에서 심리가 동요한다. 3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95로 지난해 9월(107→110)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기대인플레도 꿈틀한다. 3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이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아직은 과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체감물가가 진정되지 않는 탓도 크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경계도 영향이 있다는 진단이다.

주택가격전망 CSI(파랑선)과 미분양주택(노랑 막대) 추이
출처:한국은행

국내 채권시장은 최근 부동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 등에서 보이는 미묘한 비틀림을 반영하기보다는 언제일지 모를 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일방통행하는 모습이다. 채권투자자들의 쓸어담기로 만기가 긴 회사채의 금리가 만기가 훨씬 짧은 기업어음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민평금리는 3.903%로 3개월물 'A1'등급의 기업어음(CP) 금리 4.210%를 밑돌고 있다. 지금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등장한다. 이런 국내 움직임과 달리, 연준의 피벗 기대에도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2% 수준으로 지난해 말 3.8%에서 상승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금융시장 상황도 늘 변한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작년 9월부터 CP(빨강),회사채(파랑),미국채(녹색) 금리 추이
출처:연합인포맥스

libert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