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DGB금융그룹이 지방은행 금융지주에서 다방면의 성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DGB생명 역시 변액보험 시장을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 결과 지난해 DGB생명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일 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변액보험펀드의 수익률은 업계 최상위로 차별화된 자산 관리를 주도하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

정진택 DGB생명 전무는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는 보장성 보험 확대 등 포트폴리오 기반의 성장 전략에 주력했다"며 "그 덕에 안정적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해 적정 수준의 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신했다.

DGB생명은 지난해 64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잠정 공시했다. 직전년도와 비교하면 201.1%나 성장한 결과다.

특히 보험 손익의 확장세가 눈에 띄었다. 이 기간 보험손익은 762억 원으로 투자손익(98억 원)을 크게 앞섰다.

지난 2022년, 모든 보험사가 그랬듯 치솟은 금리 탓에 자산의 시가 평가액이 급감하며 DGB생명의 건전성 비율 역시 악화했다. 이는 곧 보험영업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일 년 전과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정 전무는 "지난해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전성 비율이 정상화됐다"며 "다소간의 시행 착오와 감독 당국의 추가 가이드라인으로 상당한 크기의 CSM 감소가 있었음에도 손해율이 대폭 개선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유지율 증가, 안정적인 예실차 관리를 통해 적정 수준의 보험손익을 시현한 배경"이라며 "목표 이상의 CSM 순증을 달성한 것도 가장 큰 성과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 전무는 건전성 문제를 겪고 있던 DGB생명이 업계에서 발굴한 '구원투수'였다.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옛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지금의 한화손해보험에 입사한 이래 숫자를 담당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계리사인 그는 한화손보에서 위험관리책임자(CRO)와 전략기획실장(CFO) 등을 지내며 한화손보의 재무적·재정적 건전성을 살뜰히 살폈다.

그러다 IFRS17 도입과 맞물려 새 CFO가 필요했던 DGB생명은 정 전무를 영입했다.

오랜 시간 숫자를 봐 왔던 그에게도 IFRS17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는 "모든 새로운 제도는 도입 초기에 다소간의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어느 정도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견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도적으로나 회사 내부통제 관점에서 IFRS17이라는 원칙 중심의 회계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운영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라며 "무엇보다도 최적의 가정 관리와 상품 마케팅 정책에 있어서는 가치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 의사결정이 중요한 핵심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DGB생명은 최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결산 과정에서 최적 가정의 보수적 변경을 통해 최선추정부채(BEL)의 적정성을 강화했음에도 CSM이 12%가량 늘었다. 신계약 성장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덕이다.

정 전무는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보험영업 환경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적정 수준의 신계약 성장을 전제로 년도 말 CSM 잔액을 5% 이상 늘어나는 수준으로 사업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회계적 정확성을 위해 예실차도 한자릿수로 관리하기로 했다. 예실차는 그가 가장 중시하는 지표 중 하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DGB생명의 지난해 예실차는 5% 수준에서 관리됐다. 보험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그는 "보험영업 손익에서 발생하는 예실차는 BEL의 적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증명하는 기능"이라며 "궁극적으로는 CSM으로 표현되는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 지표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 규모의 예실차 이익은 최적가정의 산출 단계에 대한 적정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이를 실제 손익으로 실현하는 경영관리 역량의 우수성으로도 대변된다"며 "지난해 보험영업과 관련한 직접 예실차 이익은 전체 순이익의 약 5% 정도를 차지했다.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예실차 이익을 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제3보험 시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종신보험과 변액보험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어서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전무는 "제3보험 시장 진출은 선택의 이슈가 아닌 당연한 결론"이라며 "다만 영업조직, 상품개발, 언더라이팅, 보험사고 조사와 심사 등의 인적, 물적 여건에 따라 전략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DGB생명 같은 소형사는 전면적인 제3보험 진출보다는 특화시장 또는 세분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며 "몇몇 특화시장을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올해 하반기에는 관련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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