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한 배상 규모가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이 1분기 실적을 열어본 결과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은행 사옥
[우리은행 제공]

 

특히 홍콩 ELS 배상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순이익 규모는 4대 은행 중에서도 꼴찌에 그쳤다.

경쟁 은행 대비 저원가성 예금이 적게 늘어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7천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5억원(8.4%) 감소했다.

이는 신한은행(9천286억원)과 하나은행(8천432억원)에 이어 은행권 3위다.

4대 은행 중 홍콩 ELS 판매 잔액이 가장 적어 배상 비용도 75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 배상과 관련한 충당부채로만 8천620억원을 적립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천740억원과 1천799억원을 쌓았다.

홍콩 ELS 충당부채 요인을 제거하고 보면 우리은행의 실적은 더 초라하다.

충당부채 비용을 빼고 보면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2천515억원에 달하고, 신한은행은 1조2천26억원, 하나은행은 1조231억원으로 우리은행과 격차가 더 커진다.

우리은행의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1분기 NIM이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원화대출이자율은 4.73%로 전년 동기와 같았지만, 원화예금이자율은 2.61%에서 2.78%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NIM이 1.87%, 신한은행은 1.64%, 하나은행은 1.55%로 모두 우리은행을 앞질렀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NIM이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저원가성 예금이 거의 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저원가성 예금은 말잔 기준으로 거의 늘지 않은 반면 국민은행은 4.5%, 신한은행은 6.7%, 하나은행은 4.2% 증가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비중이 높지 않아 대손비용률이 타사 대비 낮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0.40%로 오히려 더 높았다"며 "이는 은행 대손비용이 1천870억원으로 경쟁 은행들 대비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수준을 보이며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연초 포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1등 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가자"며 순이익 1위 달성을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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