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자극하는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세…한 달 새 1.6조

"펀더멘탈 악화·신용리스크보다 정책 불확실성 자금흐름 일시적 변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 국채금리와 환율이 급등 국면에서는 주가도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규칙이 깨졌다.

13일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한국 3년 국채금리는 9월 중순부터 급등하며 전일 2.923%까지 올랐다. 한 달 사이 40bp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장중 1,470원까지 오르며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도 코스피는 일주일간의 짧은 조정을 마치고 지난달 돌파한 4,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트리플 약세 규칙이 맞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국채금리와 환율 상승이 경제 펀더멘탈 악화나 신용리스크보다는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자금 흐름의 일시적인 변화에 기인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세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부상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국채선물을 1조6천346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선물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도세를 확대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도 차익실현 차원에서 이달 들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시장을 중심으로 매도세를 강화한 것이 환율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며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 상승이 다시 외국인 국채 선물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 현상마저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외에 엔화 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 등도 달러-원 환율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채권 순매도로 인한 환율 상승 압박이 더욱 강해지는 가운데 채권과 달리 주식은 다른 수급 주체가 든든히 받쳐주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불과 8거래일 동안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이 7조7천억원을 순매도할 때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5조6천억원과 2조5천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54조원 수준이었던 예탁금은 지난 5일 88조3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아직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돈도 역대 최고라는 의미다.

증권사에서 단기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원에 육박하며 종전 최고치인 지난 2021년 9월 13일의 25조6천540억 원을 앞질렀다.

실적 기대감에 더해 증시 우호적인 정책이 잇달아 나오며 다른 자산군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 국내 주식은 살아남고 있다.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을 기존 정부안인 35%보다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단기 조정 받았던 주식은 이내 반등했다.

앞으로는 국내 국채금리와 환율 동반 급등 현상 또한 점차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우려감이 크지만, 추가 금리인하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며 "내년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 수준을 하회할 것이며, 반도체와 달리 건설 및 소비 등 내수 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 연준의 경우 물가 리스크 우려 등으로 추가 금리인하에 경계감을 높이고 있지만 고용시장 둔화세 및 자금시장의 경색 현상 완화를 위해 추가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일부에서 제기된 미니 양적완화(QE) 실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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