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 거래 플랫폼·블록트레이드 방식 등 병행도 도움"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구기관은 최근 커진 환율 변동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환 헤지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외환거래가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금융기관과의 장외거래(OTC) 등 거래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 역시 제시했다.

26일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에서 김경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로 운용 성과가 환율 리스크에 크게 좌우되는 동시에 기금의 대규모 외환거래 자체가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운용 전략, 거래로 인한 시장 충격 최소화, 제도·인프라와 거버넌스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전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 장관은 "환율 불안정성과 대외시장 변동성 확대가 여전히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기금운용본부는 면밀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긴밀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제 둔화 속 주요국 통화정책이 엇갈리며 앞으로도 환율 변동성이 높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환 헤지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장 먼저 전술적 자산배분(TAA)의 역할을 강화하고, 해외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장기 목표 비중을 유지하되, 단기적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조정 폭을 설정하는 전략적 운용을 의미한다"며 "변동성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헤지 비율을 높여 단기 손실을 완화하고, 시장이 안정될 때는 부분 헤지를 통해 장기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통화 분산 전략도 주요 대응책으로 꼽았다. 달러, 유로, 엔뿐 아니라 일부 신흥국 통화까지 전략적으로 편입할 경우 특정 통화의 급격한 등락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거래 시기와 규모를 분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월말이나 분기말처럼 외환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거래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거래 방식의 다양화도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는 "직접 거래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형 금융기관과의 장외거래, 다자간 거래 플랫폼, 블록트레이드 방식 등을 병행하면 시장에 드러나는 주문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변동성이 높거나 시장의 한쪽 방향 쏠림이 예상될 때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기금 거래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과의 원활한 정보 공유와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며 "특정 정책적 목적이 아니라 시장 안정과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국제사회가 우려할 수 있는 '비시장적 개입'으로 비치지 않도록 투명성과 독립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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