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기금의 재정 안정성과 세대 형평성을 모두 잡기 위한 해법으로 '사전 국고투입'이 제기됐다.

같은 100조원을 투입하더라도 10년간 매년 10조원씩 국민연금에 사전 투입할 경우 기금운용수익률을 4.5%로 유지하더라고 국고투입 가치가 2055년 500조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

◇"청년 불신 핵심은 기금고갈"…국가 책임론 부상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13일 '국민연금 세대 간 형평성 개선을 위한 국가재정의 역할' 토론회에서 사전 국고투입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연금 재정 구조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보험료'와 '기금수익'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OECD 공적연금지출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8.9%지만, 한국은 1.3%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늘리는 모수개혁을 통해 기금수익률을 4.5%에서 5.5%로 높인다는 가정하에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했다.

기금소진 시점이 2056년에서 2071년으로 늘어나고, 기금 최대 적립 규모도 2040년 1천755조원에서 2053년 3천660조원으로 확대됐다. 보험료 수입이 연금급여 지급보다 작아지는 시점은 2027년에서 2036년으로 연장됐다.

가입자와 기금운용본부의 부담을 통해 기금 수명을 늘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국민연금 제도 지속성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의 한 축인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의 국민연금 직접 기여는 공단 운용비인 연 1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제도의 지속성을 기금 운용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은 기금의 약 20%를 정부가 출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남인순 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국고지원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는데, 만일 국고가 일정 부분 지원된다면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GDP 1%의 국고를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등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운용수익률 6.5%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운용수익률 제고 계획만으로 청년층의 우려를 모두 해소할 수는 없다"며 "미래 세대의 든든한 노후를 위해 현세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처럼 안 돼…"사후보다 사전투입이 효율적"

국고 투입 시점으로는 기금 고갈 이후 국가가 메우는 '사후 보전'보다는 '사전 투입'이 장기적으로 재정낭비를 막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정부가 2025년 10조원을 내준다면 4.5%라는 보수적인 운영수익률로만 봐도 2055년에는 40조원이 되고, 6%의 수익률을 가정하면 57조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금이 소진되는 2070년에는 10조원이 150조원에 달하는 평가 가치를 얻게 된다.

10년간 매년 10조원씩 총 100조원을 투입한다면 운용수익률 6%를 가정했을 때 2071년 그 가치가 1천220조원으로 불어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례처럼 고갈 이후 지원하면 재정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세대 조세부담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 상임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부예산의 0.5%를 사전 투입하면 2060년 국가재정은 약 9조5천억원이 소요되지만, 연금지출의 25%를 사후 투입하면 부담 규모가 123조원까지 확대된다.

최근 사후적 국고 투입을 시도한 프랑스는 국가 재정 보전에 한계를 느끼고 연금수급연령 연장 또는 연금액 수준 축소를 시도했다가 정치·사회적 위기가 발생한 바 있다.

장 이사는 "사후적 국고 투입은 사전적 국가재정 투자에 비해 훨씬 재정 비효율적이며, 청년층 및 미래세대 세금 부담 급증으로 이어져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악화한다"며 "보험료와 기금 수익금에만 의존하다가 기금고갈이 시작될 경우, 국민연금 보유자산 처분에 따른 자산시장 등 사회경제적 대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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