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김지연 기자 = 원화 약세를 촉발했던 서울 외환시장의 꼬인 달러 수급 상황을 풀기 위해 외환당국과 국내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이 머리를 맞댔다.
서학개미와 연기금 등 금융기관의 대외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주력 참여자인 수출기업들이 '해결사'로 나설지 주목된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외환당국 실무진은 지난 14일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수출기업의 실무급 재무담당자들을 만났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오름세를 지속하자,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주력 주체인 수출업체들을 만나 수급 개선을 위한 협조 요청을 하는 동시에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만남이었다.
지난 13일 달러-원 환율이 1,475원까지 오르고, 당국이 변동성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섰음에도 좀처럼 아랫쪽으로 움직이지 않자 외환당국은 지난 14일 강도높은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가용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하겠다"면서 사실상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간간히 보여왔던 구두개입과 미세조정 등 소극적 대응을 넘어 실제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당국의 강한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외환당국은 수출기업들과의 '협의'를 통해 서울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후속 세부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대략적인 시장 상황을 파악했다"면서 "앞으로 추가적으로 대화를 해 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당국은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투자 및 고용 확대와 연계한 인센티브 제도를 통한 구조적인 수급 안정화 대책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일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직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향후 5년간 450조원과 1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를 촉진할 규제 완화도 수급대책 해법의 일환으로 고려될 수 있다.
간담회에 참여한 각사 수출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환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기존의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환노출이 거의 없는 스퀘어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특정 시점에 달러 부채나 예금을 '0'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수출기업으로 해외 매출의 대부분이 달러로 들어오지만 반도체 장비나 원재료 구매, 해외법인 투자 등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도 많다.
조선사의 경우 한화오션이 환헤지 비율이 매우 낮은 환오픈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계열사들은 30~40% 정도의 환헤지 비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에 나선다.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통한 환헤지는 외환시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환율에 하방 압력을 제공하는 재료로 작용해왔다.
다만 올해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향후 대미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달러 유보심리 강화 등으로 수출기업의 래깅이 심화하며 환율 상승 악순환에 일조한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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