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단기금융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세가 계속되면서 정기예금 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예담ABCP 발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화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금리를 높여 찍어내면서 예담ABCP와 은행채의 격차는 20bp 수준까지 벌어졌다.
다만 예담ABCP를 담기 위한 시장 내 대기 수요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량 부담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관들이 섣부른 매수 대신 관심만 보인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매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3% 돌파한 예담ABCP, 발행세 지속
1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예담ABCP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내년 중 만기를 맞는 물량으로, 금리는 3.05~3.08% 수준으로 설정했다. 발행일은 오늘이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6개월물 기준 예담 ABCP는 발행 직후 시장에서 2.6% 초반대 금리로 소화됐다.
하지만 국고채 금리 상승 및 크레디트 시장 불안이 가속하면서 예담ABCP 금리가 빠르게 오른 모습이다.
특히 단기금융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세가 지속되면서 예담ABCP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전일 'AAA' 은행채 6개월물 민평금리는 2.809% 수준이었다.
이미 3%를 넘긴 예담 ABCP 금리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자산운용자의 채권 운용역은 "예담 ABCP가 은행채보다 유동성 측면이 다소 약하다 보니 통상 5bp 정도 높게 거래되곤 했다"며 "하지만 최근 발행금리는 물론 유통금리까지 계속 올라가면서 해당 격차는 20bp 수준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예담ABCP 조달세는 금리 상승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은행채 조달이 이번 주 중단되면서 은행권의 발행이 예담ABCP로 더욱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수협은행이, 18일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예담ABCP를 찍었다.
모두 내년 중 만기를 맞는 물량으로, 발행 금리는 3.05~3.09% 수준이었다.
예담ABCP의 경우 은행채와 비교해도 수급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은행채는 매년 11월과 12월 만기도래분이 많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미리 수급 부담을 예견하곤 했다.
반면 예담ABCP는 과거 대비 올해 연말 만기도래분이 더 늘어난 상태다.
연합인포맥스 '정기예금 유동화 은행별 연계현황'(화면번호 4736)에 따르면 올 11월과 12월 만기를 맞는 예담ABCP 규모는 각각 11조9천641억원, 16조5천186억원 수준이었다.
2023년과 2024년 11~12월 만기 물량이 각각 총 15조2천억원, 16조6천억원가량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조달 난이도가 올라갈 때면 은행권이 연말까지 만기를 맞는 예담ABCP 발행으로 대응하면서 올해 차환 물량이 더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예수금 이탈로 예담ABCP 발행 수요가 더욱 늘어난 점도 변수다.
예담ABCP는 예금에 포함돼 은행 예대율 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이에 예담ABCP의 조달 여건은 나날이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금리를 높여 수요를 확보하곤 있지만 소화 속도는 둔화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고점 후 담자" 대기수요…수급 부담 언제까지
예담ABCP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기관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매력적인 수익률에 도달한 터라 예담ABCP 추이를 살피고 있지만 금리가 나날이 올라가다 보니 섣불리 매수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앞선 채권 운용역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조금 더 기다리면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심리가 관망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예담ABCP 발행 물량 또한 대기 중이다 보니 기관들도 여유롭게 지켜보면서 금리 고점 타이밍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는 21일부터 시은채 발행이 재개되는 만큼 예담ABCP 물량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은행들은 LCR 등 유동성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발행 물량만 확보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고 금리 지표가 안정되면 예담ABCP 발행 압력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수급 부담이 줄어들면 시장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조달세가 내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관전 요소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11월 말에서 늦으면 12월 초중순까진 스트레스 상황은 맞는 듯하다"며 "다만 초단기 레포 시장이 안정적이라 테일 리스크까진 아닌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진정세가 나타나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선 채권 딜러는 "단기적으로는 단기금융시장도 나쁘진 않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아니라면 결국 일정 수준의 금리에서 막히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다시 크레디트물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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