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께 범농협 임원 100명 대상 사표 요구할 듯

성과 안 좋으면 임기 1년도 안심 못 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범농협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다. 최근 고강도 혁신안을 통해 조직 내 50% 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만큼 농협금융 산하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다음주께 농협중앙회·유통·금융지주 등 3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전무이사 등 임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 대표와 중앙회 주요 보직자에게 사표를 받을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그 폭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직 신뢰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인사권 존중 차원에서 계열사 대표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관례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으로, 이성희 전 회장은 취임 두 달여 만에 중앙회 전무이사 등 조직 내 '빅7' 고위급 인사의 전격 퇴진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강 회장도 취임 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교체하며 측근 인사로 재편해왔으나, 범농협 임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일괄 사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최근 각종 비위 의혹과 부정 선거 논란 등으로 실추된 기관 신뢰 회복을 위해서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강 회장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 농협중앙회 본관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데다 농협은행 부당대출, 농협생명 리베이트 의혹, NH투자증권 부당이득 확보 등 조직 전체적으로 내부통제와 도덕성 문제가 터지면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연말 인사는 최근 강 회장이 발표한 인적 쇄신안의 첫 적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강 회장은 지난 10일 전 계열사 임원 절반을 교체하고 퇴직자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성과가 부진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이 물갈이 대상이다. 새 임원은 전문성과 함께 청렴성·도덕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외부 전문가 영입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상징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해 주요 보직자들이 인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작년 말 새롭게 선임돼 갓 1년이 된 임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성희 전 회장 시절에도 1년 차 임원 10여명이 옷을 벗은 전례가 있기에 올해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면 누구든지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강 회장의 대대적인 인적쇄신 발표에 농협금융 계열사도 술렁이고 있다. 임원 절반 이상을 물갈이하겠다고 한 만큼 어떤 식으로도 자리보전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임기만 놓고 보면 농협금융의 9개 계열사 중에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와 임정수 NH농협리츠운용 대표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윤 대표의 경우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내부 고위임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수사를 받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게 큰 부담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올해 들어 금융사고와 각종 비위가 잇따르고, 실적도 부진하다는 점이 변수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NH농협생명 등도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따라 조직 쇄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폭이나 깊이에서 상징성을 내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hjlee@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