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군비 경쟁' 양상을 띠면서 과잉 투자와 버블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AI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효율 극대화가 아닌 신규 시장에서의 점유율 극대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경쟁자를 퇴출하기 위한 과잉 투자는 필연적이며 이 과정에서 AI 버블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AI 투자 경쟁을 게임이론의 '군비 축소 게임'에 비유했다. 국가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파레토 최적' 상태는 모든 국가가 군비를 줄이는 것이지만 개별 국가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내쉬 균형)은 군비를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상대가 군비를 줄일 때 내가 늘리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상대가 늘릴 때 나도 늘려야 안전을 보장받는다"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하면 경쟁사들이 질세라 비슷한 계획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레버리지 확대도 관측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주요 5개 빅테크사의 총자산 내 현금성 자산 비중은 8.8%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현재 40%를 밑돌고 있으나 최근 발표된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반영하면 4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박 연구원은 이러한 재무 부담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돈을 장기 회사채로 조달하는 것은 주주를 위한 선택"이라며 "재무 구조가 양호함에도 주식 밸류에이션이 비쌀 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 신호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투자를 늘리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며, 내년 초를 대비해 중소형주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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