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원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원 환율이 7개월래 최고로 올라선 가운데 다른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도 약세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관세 공세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 위주로 하반기 들어 낙폭이 크게 펼쳐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25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엔화는 달러화 대비 8.60% 떨어지며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질랜드달러화는 8.00% 미끄러졌으면 원화는 7.96% 하락해 그 다음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대만달러화도 6.82% 밀려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통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떨어지는 것은 아시아 통화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유로화(-2.40%)와 영국 파운드화(-4.62%), 스위스프랑화(-2.17%), 호주달러화(-1.78%), 캐나다달러화(-3.27%), 싱가포르달러화(-2.48%), 스웨덴 크로나화(-0.63%) 등 달러인덱스 편입 통화를 비롯해 대다수 주요 통화가 내리막을 걸었다.
중국 위안화와 홍콩달러화만 달러화 대비 각각 0.78%와 0.88% 올랐는데 홍콩은 달러 페그제를, 중국은 고시 환율을 제시하고 변동폭을 제한하는 엄격한 관리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아시아 통화의 하락 흐름이 거센 가운데 통화 가치가 유독 많이 떨어진 국가들은 미국 관세 공세의 여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대규모 대미 투자라는 대가를 지불하게 된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의 통화 약세가 극심한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상호 관세율과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기로 하면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호 관세율,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추면서 5천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가 한국은 500조원 이상, 일본은 800조원을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로 이로 인한 달러화 수요는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현재 20%로 책정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요구하는 투자 규모가 4천억달러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요구받고 있다.
반면 중국은 환율 제도가 경직적인 데다 나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어 위안화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대외 환경 속에 일본은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 한국은 대규모 해외 투자 행렬 등 개별적인 이유로 통화 약세의 강도에 차이가 생기는 모양새다.
이에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아시아 통화가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말레이시아 링깃화, 태국 바트화 정도를 제외하고 인도 루피화(-3.93%)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3.06%), 필리핀 페소화(-4.33%), 베트남 동화(-0.91%) 등은 하반기에 달러화 대비 하락했다.
LS증권은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 흐름에 대해 원화 약세라기보다는 아시아 통화의 약세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런 추세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 흐름이 잦아들어야 하지만 방향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신중론을 펼치는 '매파'의 목소리 역시 높아 당장 12월 금리 인하를 속단할 수 없다.
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할 때마다 안전통화인 달러화가 뛰는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나 달러화 하락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점진적인 연준의 금리 인하와 그에 따른 달러화 하락 흐름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시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달러-원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증권은 "미국 정부의 약달러 개입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적자를 줄이려 하고 있는데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강달러 상황을 해소하려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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