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퇴직연금 첫 단일 종목 ETF…시장 겨냥
연금계좌에서 주식비중 최대로 확대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채권 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한다. 운용사들이 들고나온 혼합형 ETF에 주식과 채권의 선택지가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28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6개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주식과 채권 혼합형 ETF를 29일 상장한다.

KB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에 각각 20%, 10%, 10%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공채를 편입하는 'KBSTAR 삼성그룹Top3채권혼합 ETF'를 상장한다.

이 ETF는 주식과 채권의 40대 60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일 단위로 리밸런싱하며 채권 종목은 분기 1회 교체한다. 국공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고 삼성그룹의 글로벌 핵심 산업에 분산 투자한다는 취지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 본부장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바이오, 2차전지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조정장에서 퇴직연금 계좌에 주식 비중을 최대한 확대하고 싶은 투자자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다음달 아마존, 애플, 테슬라 세 종목을 10%씩 동일 비중으로 투자하는 채권혼합 ETF를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엔비디아 채권혼합 ETF'를 선택했다. 엔비디아에 30%,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 등 채권에 70%를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국 국채, 정부 기관이 발행한 원화 채권 가운데 신용등급, 발행 잔액 등의 조건을 고려해 편입을 결정한다.

엔비디아는 미국 시장 내 반도체 섹터 종목 시가총액 1위로, 고성능 컴퓨터, 자율주행, AI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장치인 GPU(컴퓨터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 시장에서 약 7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 반도체 주식이기도 하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국내 첫 단일 종목 ETF인만큼 종목 선호도, 시장 상황, 산업 전망 등을 다각도로 고민해 종목을 선택했다"며 "반도체 시장 관련 글로벌 패권 구도 경쟁이 심화하면서 시장지수 대비 낙폭이 과도한 상황이나, 장기적으로 모든 산업의 핵심 기반 기술을 보유했고 시장 성장을 이끄는 만큼 종목에 대한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테슬라,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전자, 한화자산운용이 애플, 신한자산운용이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 ETF를 출시한다.

주식·채권 혼합형 ETF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쓰임새가 크다. 현행 제도상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위험자산(주식형) 투자 비중은 최대 70%로 제한돼 있다. 30%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형 또는 채권혼합형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자는 혼합형 ETF를 활용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제 주식 비중을 70%보다 크게 확보할 수 있다. 주식형 ETF에 70%를 투자하고, 혼합형 ETF에 30%를 투자하면 실제 주식 비중이 70%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주식 비중이 40% 미만인 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가능한 방법이다.

채권 혼합 ETF를 활용해 조정장에서 퇴직연금계좌에서 주식비중을 최대한 확대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일례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형 ETF에 자산 70%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ACE 엔비디아 채권혼합 블룸버그 ETF'에 투자하면 연금계좌 전체에서 실제 주식에 노출되는 비중은 약 80%가 된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혼합형 ETF는 주식과 채권을 각각 10종 이상 담아야 했다. 다만 지난 8월 해당 규정의 개정에 따라 증권 유형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졌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ETF 연구위원은 "채권 혼합형 ETF는 자산운용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며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해외주식 투자 시 일반 투자보다 비과세 메리트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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