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유동화증권(ABS) 등의 근간이 됐던 자산유동화법이 대폭 바뀐다. 사실상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큰 변화를 꾀한 것으로, 발행 문턱을 넓히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자산보유자 등의 위험 분담이 의무화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등에 집중해 온 증권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험을 지는 자산보유자 등에 대한 기준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터라 구체화할 시행령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동화 조달 문턱 확대, '위험 분담' 주시

24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 자산유동화 조달 시장이 한차례 변화를 겪을 예정이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된다는 점에서 이르면 오는 9월부턴 개정안에 따라 유동화 조달에 나서야 한다.

자산유동화법은 2000년 이후 사실상 유의미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자산유동화 제도 개선 등을 추진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유동화 조달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우량한 법인(BB등급 이상)으로 제한했던 발행 기업 제한을 폐지한 것은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조달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유동화 자산과 구조 등에 대한 다양성도 꾀했다. 다수의 기업이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멀티 셀러(multi-seller) 유동화를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 경우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처럼 다수 기업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묶어 유동화 조달에 나설 수 있다. 여러 기업을 참여시켜 리스크를 줄인 셈이다. 더불어 하나의 유동화증권에 다양한 자산을 편입할 수 있게 해 조달 편의성을 개선한다.

위험보유 규제로 안정성 또한 높였다. 자산보유자 등 자금조달 주체가 발행물에 대한 지분 5%를 의무적으로 지도록 해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죈 것이다.
 

출처 : 금융위원회

 


위험보유 규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자산보유자 등 조달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을 지운 것이다.

증권사의 경우 그동안 PF 유동화물 확약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유동화물 차환이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의 조달 리스크를 높이는 요소로 지목될 정도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기초자산 부실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PF 리스크는 증권사를 더욱 흔들었다.

녹록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 위험보유 규제가 더해지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사업이 제약을 받을지 이목이 쏠린다. 아직 시행까진 상당 시일이 남은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구체안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자산보유자 적용 범위 관건, PF 영업 위축될까

위험보유 규제를 적용할 자금조달 주체에 대한 범위가 아직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PF 유동화물 등의 경우 조달 주체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도 상당해 적용 범위 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일례로 일부 PF 확약물은 조달 주체는 시행사지만 유동화물 관련 수익은 매입보장 등을 약속한 증권사가 누린다. 자금조달자인 시행사보다는 PF 유동화물의 이익을 얻는 매입 확약 기관 등이 위험보유 규제 대상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곤 하는 배경이다.

위험보유 규제 대상으로 PF 유동화물 확약사를 포함할 경우 증권사들의 유동화물 신용보강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발행물의 5% 수준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어발식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가 무분별하게 PF 유동화물 신용 보강 등에 나섰는데 위험보유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아직 PF 유동화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터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보유 규제가 자산보유자는 물론 주관사 등의 책임성 강화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증권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유동화물 신용 보강 기관과 주관사는 동일하다.

2020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 당시부터 위험보유 규제 도입 취지로 꼽힌 건 거래 건전성이었다. 자금을 조달하는 자산보유자는 물론 실제 유동화 거래를 설계하는 주관사 등에도 리스크를 지워 유동화증권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규제 면제 및 완화 대상, 위험 분담 방식 등 세부 사항은 하위 법령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비등록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각각 230조4천억 원, 167조1천억 원 수준이었다.

phl@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