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SK가 위기냐"란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짧지만 굵은 한 마디였다.
이날 오후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25대 서울상공회의소 정기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행사 내내 유쾌하던 최 회장은 최근 SK의 상황을 묻는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상의 회장으로 재추대되며 사실상 대한상의 회장 연임이 확정됐다. 내달 21일 대한상의 임시의원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제25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서울상의 회장이 관례적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
최 회장은 당선 인사말에서 "이런 자리를 계속하지 않는 게 저한테는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다"고 농담하며 "그래도 선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상의 의원들에게 "보답으로 봄이 가기 전에 식사를 한 번 대접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다 같이 '화이팅'도 외쳤다.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던 최 회장은 대기 중이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가 위기인지' 묻는 말을 들었다. SK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그만두고 그룹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재계 안팎에선 SK가 올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거란 얘기가 자주 들린다. 주요 계열사 모두가 '주춤'한 상태기 때문이다. SK 관계자조차 올해 가장 활약할 멤버사를 쉽게 꼽지 못할 정도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경우 HBM을 포함해 D램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낸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D램 역시 감산에 따른 효과로, 상황을 좀 더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SK온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전기자동차 판매 둔화와 맞물려 흑자 전환 시기가 점점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회장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단 각오로 들렸다. SK가 어떤 2024년을 보낼지 주목된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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