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후순위채에 쏠리는 눈…보험사까진 '글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주춤했던 외화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조달 움직임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첫 주자는 달러화 후순위채 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후순위채의 경우 콜옵션이 부여되지 않은 형태 등도 많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종자본증권 대비 금리 측면의 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후 신종자본증권 및 금융기관 전반으로의 확산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은행 후순위채로 재개 움직임, 시장 가늠자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발행을 목표로 달러화 후순위채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CS 사태 등으로 KP 시장에서도 한동안 자본성증권 발행이 중단됐으나 차츰 재개 가능성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달러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는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과 금융지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주요 자본확충 수단이었다.

일반 기업 역시 부채비율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간혹 발행에 나서곤 했으나 이보다는 자본 비율을 규제 기준에 맞춰야 하는 금융기관의 조달 수요가 더욱 많았다.

하지만 2022년 11월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번복과 이듬해 3월 CS의 AT1 채권이 전액 상각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CS 사태는 주식보다도 채권이 후순위로 밀려난 이례적 상황이었던 탓에 이후 자본성증권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자본성증권 발행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위스 은행 UBS가 35억달러어치 대규모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 발행에 성공해 CS가 촉발한 'AT1 채권 포비아'가 누그러진 듯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한국물 시장에서는 여전히 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 6월 교보생명이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마지막이었다.

원화 시장에서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용이했던 데다 달러채 시장에서의 금리 수준이 비교적 높았던 터라 조달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이 올 상반기 후순위채로 포문을 열면서 한국물 자본성증권 조달 또한 활기를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자본성증권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꾸준한 발행을 위해선 해외 시장까지 활용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보다는 후순위채 조달이 비교적 수월한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등을 둘러싼 리스크가 부각됐던 만큼 관련 조건을 설정하지 않을 수 있는 후순위채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신종자본증권 또한 발행되곤 있지만 여전히 쿠폰이 높다"며 "후순위채의 경우 콜옵션을 설정하지 않은 형태도 많다 보니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흥행 기대감…후속 발행 이어질까

오랜만의 한국물 자본성증권 복귀전이지만 신한은행의 흥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물의 경우 선순위채 중심이긴 했지만, 연초 흥행세를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후순위채의 절대 금리 이점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조금이라고 상단일 때 높은 수익률의 채권을 매수하고자 열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성사 이후 이외 은행과 금융지주 등도 달러화 자본성증권 조달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까지 재개될 수 있을지에는 아직 의구심이 일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아직 해외 시장에서도 자본성증권 발행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은행 등에 비해 신용등급 등이 낮아 온기가 퍼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유통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발행물이 없어 스프레드 축소는 물론 적정 시장 가격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기존에 찍은 달러화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 행사까지 여유가 남아있어 당장의 발행 유인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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