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대규모 미매각, A급 조달 흔들
제품별 사이클 차이 뚜렷, 부정적 방향성 불가피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석유화학 업계가 긴 겨울을 나고 있다. 녹록지 않은 업황 탓에 비교적 펀더멘탈이 낮은 A급 기업을 중심으로 채권시장에서의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다만 모든 석유화학 기업의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진 건 아니다. 금호석유화학(A+)의 경우 '긍정적' 전망을 달아 AA급 진입 가능성이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 분위기를 고려할 때 등급 상향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보험 이어 석화도 미매각…등급 하향 압력 지속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납입일 기준) 여천NCC(A)는 1천500억원 규모의 2년물 채권을 찍는다. 발행 금리는 4.981%로, 동일 만기 민평금리에 50bp를 더한 수준이다.

여천NCC는 이번 발행 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천250억원이 미매각 됐다. 3개 기관이 총 250억원의 주문을 넣는 데 그쳤다. 이에 남은 물량은 주관사와 인수단의 몫이 됐다.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채권시장의 싸늘한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대다수의 발행사가 넉넉한 수요를 확인한 것은 물론, 민평보다 두 자릿수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매각을 기록한 곳은 업황 등에 대한 부담이 있는 일부 건설사와 보험사(후순위채), CJ CGV(신종자본증권) 정도였다.

여천NCC는 지난해 이미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이에 'A' 등급에 '안정적' 전망을 달고 있지만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등급 하락 부담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화토탈에너지스(AA)와 SKC(A+), 효성화학(A-) 등이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 등급 하향 가능성이 드러난 상태다.

지난해 이미 여천NCC와 더불어 롯데케미칼('AA+'→'AA'), SK어드밴스드('A'→'A-'), 효성화학('A'→'A-')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또다시 신용등급 하향 검토 기준을 충족하거나 근접해 추가 하락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중에서도 특히 순수 케미칼 쪽은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계속 안 좋은 상황"이라며 "올해 신용평가사의 정기평정에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나 홀로 '긍정적', 옅어진 장밋빛 전망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호석유화학(A+)은 홀로 '긍정적' 전망을 달고 AA급 진입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석유화학 제품별 산업 사이클이 상이한 터라 금호석유화학은 업황 불안에서 비교적 비껴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등의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터라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황을 맞기도 했다.

다만 관련 업계는 금호석유화학이 '긍정적' 전망을 단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4월 금호석유화학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한국신용평가는 'A+'에 '안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반영된 2020~2022년 실적이 반영된 결과인 만큼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 부진의 영향력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이후 금호석유화학 역시 연결 기준 2023년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7% 감소한 3천5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2~3년 전까진 실적이 괜찮은 편이었다 보니 '긍정적'이 붙은 듯한데 그것만으로 등급 상위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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