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펀드 효과에 전방위 조달 호조, 여전사 숨통
금리 인하 기대감 속 기관 수요도 탄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공사채는 물론 은행채와 여전채 등 크레디트물 훈풍이 계속되고 있다. 가파른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로 약세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기업들의 조달 호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채권형 펀드 자금 집행 등이 약세 시점을 지연시킨 요소로 꼽힌다. 건보는 올 초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채권 몸값을 높인 데 이어 최근 다시 움직임에 나서 분위기를 재차 끌어올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국고채 반등 속에서 기관들의 투자 심리 역시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건보 자금발 레포펀드에 훈풍, 우량물 호조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BK캐피탈(AA-)은 오는 22일 1.5년물과 1년 9개월물, 2년물, 2.5년물, 3년물 채권을 찍을 예정이다. 1.5년부터 2.5년물까지는 모두 민평과 동일한(Par) 수준으로 발행된다. 3년물은 민평보다 2bp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여전채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저점을 찍은 스프레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약세로 전환할지 모른다는 시선이 우세해졌다. 공사채 등 이외 크레디트물 역시 스프레드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약세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발행 시장에서의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찍은 대부분의 여전채가 민평금리와 동일한 스프레드를 보였다. 롯데카드(AA-) 5년물과 벤츠파이낸셜(A+, 2.5년물)은 언더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어 전일 ESG 채권 투자자 모집에 나선 현대카드는 넉넉한 수요에 힘입어 3년물과 5년물을 민평보다 낮은 스프레드로 찍기로 결정키도 했다.

지난 18일 채권 입찰에 나선 'AA+' 인천도시공사 또한 1년과 3년물을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8bp, 10bp 낮게 찍기로 했다. 같은 날 모집한 산금채와 농금채도 민평보다 낮은 스프레드를 보였다.

최근 크레디트물이 유통시장에서 민평보다 높게 거래되기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건보가 다시 자금 집행에 나서면서 훈풍이 지속됐다고 관측했다. 특히 건보 자금은 레포펀드 형태로 자금을 투입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보가 레포펀드를 통해 특히 여전채를 많이 매수하고 있다"며 "레포펀드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집행 자금 대비 규정상으론 4배, 일반적으로 2.5 배가량 매수해 약세로 돌아섰어야 할 여전채 수급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건보 자금 집행으로 'AA+' 이하 일부 공사채와 은행계 여전채, 우량 회사채 중 만기가 2년 이상인 물량들이 강하게 발행 거래되고 있다"며 "펀드 설정일 등을 맞추기 위해서는 발행물을 담는 게 수월하다 보니 이를 중심으로 유동성 유입 효과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관 수요 뒷받침…국고채 금리 예의주시

다만 크레디트물 호황을 레포펀드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이외 기관들의 수요도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대체투자 등이 제한되다 보니 이를 보완할 투자처로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반등하면서 발행사와 투자자 간 눈높이가 비슷해진 점도 호조를 뒷받침했다.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전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383%였다. 해당 지표는 지난 13일 3.251%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수준에 달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타깃 하는 수익률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단기간 상승하면서 크레디트물 절대금리도 올라 스프레드 부담이 비교적 적어졌다"며 "회사채 발행시장 비수기이기도 한 터라 여전채를 중심으로 발행물 공백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고채 금리가 일정 수준을 뛰어넘을 경우 기관들의 투자 심리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크레디트물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국고채 방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국고채 금리가 3.2%~3.4%대를 오갔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기관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해당 지표가 3.4% 수준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이를 넘어설 경우 투자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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