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확장적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교착국면에 봉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아베 총리의 경제부활계획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수십 년간 침체된 일본 경제를 흔들어 깨우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했지만,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고도 일본 경제를 추세적 성장세로 돌려세우지 못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경제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날 도쿄증시는 2.3% 하락하며 지난 2014년 10월 BOJ가 금융완화 프로그램을 개시한 후의 상승분을 거의 모두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또 엔화는 1년여만의 최고치로 상승해 BOJ가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같은 일본의 경험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만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기보다 사회 전체가 좀더 리스크를 떠안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 다시 말해 심리를 바꾸는 것은 금리를 변경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WSJ은 분석했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라이프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는 (이제) 그 기초가 되는 지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시장은 이제 악화 추세에서 벗어날 수 없고, 따라서 이제 질문은 무엇이 차선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제 일본 경제상황 악화와 관련한 모든 압박은 아베 총리가 직접 인선해 일본 열도를 현금으로 넘쳐나게 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로다 총재는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통화완화정책의 수단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해 왔지만, 기업들로 하여금 임금을 올리고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최근 몇주간에 걸쳐선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유럽 은행 관련 우려,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세계 경제 불안정 등 해외에서 좋지 못한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

WSJ은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날 의회에서 구로다 BOJ 총재와 그가 주도하는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며,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는 강한 경제 성장을 바라지 않는 일본 유권자들의 특성상 아베노믹스가 교착국면에 빠졌다고 해서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더라도 그 충격은 일본 경제를 아베 총리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일본 정부의 대규모 부채는 금리 인하로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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