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9개월래 최저치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주요 연기금은 구성 통화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3일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에 따르면 지난 몇 년 새 해외 자산에 대해 환오픈 전략으로 돌아섰고 달러-원 환율 변동에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통화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해외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환율 변동에 일일이 주식·채권을 매매하기보단 그 여파가 상쇄되도록 자산을 배분하고 때에 따라 통화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통화구성 적극적 조정"

국민연금이 지난달 30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외환 관리체계 개선안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금위는 2024년까지 해외 투자자산이 전체 기금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환율 변동이 기금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해외자산 투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져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시장이 불안할 경우 스위스프랑화 등 안전 통화 비중을 늘려 전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특정 통화의 변동성이 커지면 그 비중을 줄여 손실을 축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때에 따라 통화구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통화구성을 조정할 때 ▲운용통화의 종류 ▲통화별 조정 한도 ▲전체 조정 한도 등을 기금위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해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술적 외환 익스포저 규모는 총 외환 익스포저의 ±5% 이내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조정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기본 방침이다.

다만 최근의 원화 강세에 대해선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여 장기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국민연금은 전망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 자산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해외 대체 자산까지 모두 환오픈을 결정했다.

현재 전략적 통화는 MSCI 지수를 기준으로 하되 G4 통화(USD, EUR, JPY, GBP)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도록 구성돼 있다.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은 벤치마크의 통화구성을 추종하고 해외대체자산은 블록별 통화 범위 구성에 따라 관리한다.

국민연금이 100% 환오픈을 결정한 것은 환헤지를 고수할 경우 금융위기 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시 국내 달러-원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달러화가 부족해지면 차입비용이 급증해 대규모 환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 기금이 거대해지면서 규모 대비 국내 달러-원 파생상품시장의 크기가 너무 협소해진 점도 문제다.

국민연금은 "달러-원 단기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기금의 비중은 급증했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대규모로 달러-원 외환스와프를 거래하면 환헤지 거래 비용이 늘고 국내 외환시장이 충격받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사학·공무원연금도 전술적 통화 조정에 집중

또 다른 주요 연기금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도 국민연금과 비슷한 기조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달러-원 환율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작으며 통화구성을 전술적으로 조정해 환손실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학연금은 "달러-원 환율은 금융시장이 미국의 대규모 재정 부양정책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당선을 기대해 달러화 약세에 베팅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가팔랐던 원화 강세 속도를 고려하면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사학연금은 다만 중장기적으로 2021년엔 막대한 유동성과 쌍둥이 적자가 달러화 약세를 지지할 것이라며 원화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학연금은 현재 모든 자산에 대해 환오픈 상태다. 2018년 1월 해외주식 및 해외대체자산에 대해 환오픈을 했고 올해 1월부터 해외채권도 환오픈 전략을 적용했다. 지속해서 발생하는 환헤지 비용을 없애는 한편 주가와 환율 간의 '음(-)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차원이다.

사학연금의 자산별 비중은 달러화가 약 60%며 나머지는 거의 G4 통화인 유로, 엔, 파운드로 구성됐다.

사학연금은 "달러화 약세일 땐 달러 이외 통화가 강세(자연 헤지 효과)를 보여 달러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된다"며 "해외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환오픈했기 때문에 단기적 환율 변동에는 대응하지 않고 각 해외 자산군의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조금 더 다채롭다.

해외주식은 환오픈이지만 해외채권은 환헤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투자 부문에 대해선 지난 5월 환오픈을 원칙으로 하되 사안에 따라 헤지 비율이 설정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공무원연금은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해 "선진국 위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미국 대선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도 클 것"이라며 "기본 원칙 외에 환손실 방어를 위해 자산별로 별도로 전술적 허용범위를 운영하고 있고 필요하면 전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은 원화 강세는 비헤지가 원칙인 해외주식 수익률 하락과 외국인 수급개선 등에 따른 국내 자산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 흐름에 따라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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