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자산 가격 버블 경고에 동참했다.

한은은 여전히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책 기류가 변화한 것인지를 두고 시장참가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1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고려할 주요 사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국내외 전개 상황,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국내외 금융시장 리스크요인 상존,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우려를 꼽았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과 국내외 금융시장 리스크요인 관련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한은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통방문구에 넣으면서 코로나19 이후 유지됐던 완화 기조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어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추가 경고에 나섰다.

한은은 "국내외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 취약기업 신용위험의 현실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금융시장 불안 재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산시장 조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차관은 "현재 진행 중인 실물과 금융 간의 괴리 현상이 자산 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다. 금융당국이 최근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은은 이후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감대를 재확인한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한은의 경고 수위도 높아졌다.

한은은 "앞으로도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지속 등으로 가계대출이 당분간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도 기승인된 신용대출 한도 미소진액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 국장은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안정의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한 가계부채 안정 노력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정부와 한은의 기류 변화가 당장 금리 인상으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장에 긴축 신호로 연결되기에 충분한 재료라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한은의 스탠스가 추가 완화는 어렵다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금리 반등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코로나 위기 이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이 공통으로 겪었다"며 "한국만 금리가 추가로 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한은의 매파적 기조 때문이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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