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외화유가증권 규모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24개 생보사들이 보유한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102조3천519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말(112조5천698억원)보다 10조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렇다 보니 전체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같은 기간 15.35% 수준에서 13.38%로 2%포인트(p)가량 줄었다.

여기에는 외화유가증권 규모가 가장 컸던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생보사가 비중 조정에 나선 점이 영향을 줬다.

특히, 한화생명은 지난해 초 28조 원 수준이었던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1년 만에 20조 원 수준으로 8조 원가량 줄이는 조처를 했다.

이 밖에도 교보생명과 KDB생명, NH농협생명 등도 1조 원 안팎으로 관련 비중을 낮추는 데 동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전체 운용자산은 오히려 30조 원가량 늘었다"며 "외화유가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이 확대되는 흐름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보사들이 지난해부터 외화유가증권을 적극 관리하는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과 미국보다 국내 금리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달러가 보통 강세를 나타내고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아울러 작년부터 국내 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굳이 해외채권 등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수익 내기가 쉽지 않게 된 점도 생보사들의 해외투자에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반대로 생보사들이 같은 기간 보유한 국공채와 회사채는 1년 전보다 각각 14조1천410억원, 2조7천249억원 증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해외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 장기금리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이후 채권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하면 향후 5년 정도는 미국 시장금리가 현재보다는 조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들의 경우 듀레이션이 짧은 것을 팔고 높은 금리에 채권을 담으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이렇다 보니 시장금리의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직은 관망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국내에도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서는 해외채권이 유리하다"며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해외투자 비중 확대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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