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내년 YCC 조정할 가능성…시장 혼란 우려"
"ECB, 연준과 차별화 전망도…침체 정도가 관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고강도 긴축 행보를 보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는 달리 기존의 금융완화 정책을 끈질기게 고집했던 일본은행(BOJ)이 내년 상반기에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계속 웃돌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등의 부작용이 재발할 경우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CB의 행보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미국보다 현저히 높은데다 그간 연준에 비해 긴축 강도가 크지 않아 추가 인상의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경기 둔화와 양적긴축(QT) 시작으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일본은행, 총재 교체 후 정책 변화 가능성"

지난 10월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약 40년 8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 CPI는 7개월 연속 2%를 상회했고, 에너지와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근원 물가지수도 2%를 돌파했다.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9.3% 올라 넉달째 9%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내년 하반기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은 중국과 함께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올해 완화 기조를 유지한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엔화 가치는 급락해 지난 10월 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0엔대로 추락(달러-엔 환율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라는 부작용이 지속되고 내년 춘투를 거쳐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면 일본은행이 현행 정책을 재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타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정책심의위원이 "적절한 시기에 금융 정책에 대한 점검과 검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일본은행 내에서도 출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시 다케오 도쿄대 교수는 "과거에는 일본에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바뀌고 있다"며 "일본이 고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일본은행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근원 CPI 상승률

 

 


전문가들은 내년 4월 구로다 총재가 퇴임한 이후에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일본은행을 이끌어온 구로다 총재는 연임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가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YCC)을 손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범위를 ±0.25%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또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일본은행의 출구 작업이 매끄럽게 이뤄질지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촉발된 채권금리 급등과 같은 시장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로 억눌렸던 일본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리를 따라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 추가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영국발 혼란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이 정책 재검토를 발표할 경우 "YCC 정상화에 대한 추측을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YCC에 대한 투기적인 공격이 증폭될 수 있다"며 "(일본은행이)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폐기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은 임금 인상률이 충분히 높아야 인플레이션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간주할 것"이라며 "내년에 중앙은행이 노골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둘러싼 오해가 없도록 시장과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일본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도록 일본은행이 사전에 기본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ECB 연준보다 큰 폭 인상" vs "경기침체로 인상 지속 어려워"

현재 ECB의 주요 정책 금리인 예금금리는 1.5%다. 지난 7월 50bp 금리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탈피한 이후 9월과 10월에 연속으로 75bp 인상을 단행했다. 12월에도 50~75bp의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수준으로 인상한 이후 경기 둔화로 내년 후반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60bp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ECB의 내년 인상폭은 125b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유로존의 물가도 고점에서 소폭 둔화하긴 했지만 10%(11월)라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JP모건은 내년 중반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약 6.5%로 미국의 4%를 상회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미국에서 이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유럽에서는 1990년 초 이후 최고치인 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개빈 프렌드 시장 전략가는 "ECB가 12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이후 내년 상반기 4차례 25bp씩, 즉 3%까지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존의 근원 물가가 한동안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물가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CB가 물가 고점을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과 2024년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ECB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한다면 주요 정책금리를 훨씬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며, 정책 금리를 내년 중반에 4%~4.2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내년 초 ECB의 정책 금리가 2.5%에서 정점을 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만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독일 자산운용업체 DWS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겠지만 ECB가 금리 인상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ECB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싶다는 의지를 시장에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D증권은 ECB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양적긴축(QT)을 통한 대차대조표 축소로 정책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채권 매각보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 경제가 미국보다 취약하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유럽 경기침체로 유로화가 올해 엔화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3분기까지 성장세(전분기 대비 기준 0.3%)를 보였던 유로존 경제는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을 보일 때 가장 먼저 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미국보다 유럽"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발생한 유럽 채무위기 이후 시장 환경이 악화될 ?마다 반복돼 온 남유럽 국가의 채무 불안이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ECB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은 재정 기반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는 "유로화 강세는 유럽의 수출 회복을 방해할 수 있고, 에너지 가격의 행방을 좌우하는 우크라이나 정세도 여전히 착지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로화로부터 투기 세력의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붉은선), 미국(푸른선) CPI 상승률

 


jh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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