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작년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시장 침체와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야기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채권 금리가 고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반대로 유럽 등 일부는 금리 인상 주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리의 방향성이 전환될 때 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 등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남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금리와 주택 가격 간의 연관성을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통해 진단하고, 향후 시사점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강수지 기자·이석훈 연구원 =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주택 가격은 금리 변화에 시차를 두고 반응한다. 그 가운데서도 독일 주택시장은 금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곳으로 꼽혔다.

연합인포맥스가 12일 지난 20년간 주요국 10년 국채금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택가격지수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두 변수 간 선형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 독일은 금리의 방향성 전환(피벗) 이후 대략 21개월 차에 주택 가격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피벗 이후 n개월 차의 각국 주택가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독일은 n=21일 때 피어슨 상관 계수가 절댓값 최대치인 -0.84에 도달했는데, 이는 유럽의 다른 주요국 대비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했다.

◇ 독일 반응이 빠른 이유…부동산 위험성 '빨간불'

독일 주택시장이 금리 변동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계된 부동산 시장의 취약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UBS의 '부동산 버블지수'에 따르면, 독일을 비롯한 캐나다와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부동산 버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해당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담대 비율,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5개 변수를 토대로 세계 25개 주요 도시의 주거용 부동산 버블 위험을 수치화한 것이다.

특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은 작년 글로벌 부동산 버블지수 고위험 상위 4개 도시 가운데 두 곳으로 지목됐다.

실제 독일의 주담대금리는 지난해 10년물 고정금리가 연초 1%에서 최근 3.9%까지 올랐는데, 독일인의 대출 금리를 감당 여력이 줄어들며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에 따르면 독일은 OECD 국가 가운데 자가 거주 비중이 두 번째로 낮은 곳이다. 임대차 계약을 통한 임차인이 대다수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는 "독일 주담대 금리 3.5%나 4%보다 투자자의 임대 수익률이 더 높아야 하는데,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감소로) 주택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ECB, 대규모 금리 인상 예고…독일 주택 침체 직면

독일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는 향후 인상 여력이 다른 주요국 대비 많이 남은 편이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50bp 금리 인상에 나선 데 이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75bp 인상을 단행했고, 12월 다시 50bp 인상하며 4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도 물가 전망이 계속해서 상향 조정된 데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란 게 ECB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ECB의 금리 인상폭이 총 125bp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은 당분간 이렇게 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도이치방크는 독일 주택 가격이 지난해 3월 이후 5% 안팎으로 떨어졌는데, 고점 대비 총 20~25%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도이치방크는 "독일 주택 가격이 언제 바닥에 도달할지 모르겠지만, 향후 6개월이 넘게 걸려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계 은행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독일 주택가격은 최소 5%는 하락할 것"이라며 "주택시장은 크게 둔화하고 있는데, 대출 수요가 대폭 줄고 주택건설도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 버블 수준의 위기에도 거품 붕괴까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UBS는 "독일의 주택 상황은 지난 금융위기에 경험했던 것처럼 전형적인 거품 붕괴가 아니라 가격 조정이 될 것"이라며 "실제 거품 붕괴는 가격이 15% 이상 하락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예측했다.

◇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은 금리 반응 무딘 편

연합인포맥스의 이번 분석 과정에서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의 주택가격은 금리 변동과의 시차가 독일보다 긴 27개월가량으로 추정됐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은 모두 n의 값이 27일 때 피어슨 상관 계수 절댓값이 최대에 도달했다.

금리와 주택가격 간의 피어슨 상관 계수는 영국이 -0.92로 음의 관계가 가장 뚜렷했고, 독일(-0.84)과 프랑스(-0.70), 네덜란드(-0.60)도 분명한 음의 상관성을 보였다.

피어슨 상관 계수는 -1에서 1까지 분포하는데, 1에 가까울수록 양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울수록 음의 상관관계가 매우 뚜렷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스페인의 경우 상관계수가 -0.41로 상대적으로 절댓값이 낮았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 주택시장에 미치는 요인이 금리 이외에 더욱더 다양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유럽 주요국 주택가격의 금리 반응 시차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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