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비판 여론 잠재우기…'상생' 이미지 높이기 안간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지주와 은행권이 올해 경영전략의 최우선 목표로 일제히 '상생금융'을 내걸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일 년 내내 이어진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사회적 역할 강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 은행권 공동으로 마련한 '2조+α'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방안 실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더해 은행 자율로 취약계층 등과의 상생 방안을 1분기 중 추가로 내놔 '이자 장사'로 시작된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상생 조직 키우기 분주…당국 코드 맞추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을 전담하는 조직을 강화했다. 지주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도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고 경영 실천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KB금융은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던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KB국민은행도 ESG본부 및 ESG기획부를 'ESG상생본부'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신한은행도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상생금융부로 확대개편했다. 이 부서는 은행뿐 아니라 그룹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하나금융은 그룹 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고, 하나은행은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찌감치 '상생금융부'를 신설했으며, . 11월에는 상생금융 태스크포스팀(TFT)이 별도로 발족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확대한 것은 정부의 요구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을 위한 상생방안을 요구해 왔다. 고금리 상황에서 서민·소상공인들은 원리금 상환부담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이자이익에만 매몰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작년 상반기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등 한 차례 상생금융안을 내놨음에도 지난 10월 윤 대통령이 다시 '종노릇', '독과점' '기득권'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최근 2조원 규모의 2차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이에 대한 본격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를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물론,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은행들은 연말 조직개편 등의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기업 시민', '국민의 은행', '사회적 버팀목' '경제의 방파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이익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목표를 두기보다 체감도 높은 상생 방안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맞춰져 있다"면서 "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소상공인, 서민 등 소외계층에 대해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20여 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1 superdoo82@yna.co.kr

 

◇이달부터 본격 자금 집행…'이제부터 시작'

 

은행들이 마련한 민생금융 지원안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1조6천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 환급을 시행하고, 별도의 자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4천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자 환급은 3월까지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은행들은 자율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1분기 중 마련해야 한다.

일부 발 빠른 은행들은 세부적인 지원안을 공개하며 새해 벽두부터 한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공통 프로그램인 자영업자 이자 환급에 1천885억원, 개별 은행 자율 프로그램에 873억원 등 총 2천75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자율 프로그램으로는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해 보증기관 출연 확대, 학자금 대출 이자 환급 등을 계획 중이다.

NH농협은행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2천148억 원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 이달 중순까지 지원대상을 확정할 예정인데 약 32만 명의 차주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다음 달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 캐시백 추진 등 총 832억 원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DGB대구은행도 약 7만 5천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개별 적용된 대출 조건 등을 검토한 후 환급 대상 차주와 금액을 확정해 이자 캐시백을 실시한다.

다른 주요 은행들도 이달 중 구체적인 지원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많은 가계와 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고,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을 언급하며 민생 안정을 핵심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민생금융 지원안의 빠른 실행을 요구하고 있어 올 1분기 모든 경영 역량을 상생금융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면서 "상생금융 관련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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