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손실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이수용 기자 = 대규모 손실을 낸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한 가운데 은행권 안팎에선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보다는 판매사 압박에 초점을 맞춘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금감원이 마련한 조정안은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고려해 0~100%의 비율로 자율 조정에 나서라는 의미인데, 당사자간 협상을 통해 상황을 최대한 정형화하더라도 수백개 이상의 케이스가 나올 수 있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권은 ELS 판매잔액이 15조원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실적 악화와 건전성 지표에 대한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11일 "이번 배상안은 결국 가이드라인을 줬으니 향후 판매사와 투자자는 더욱 치열하게 줄다리를 하라는 시그널 정도로 보인다"며 "검사 예시로 든 사례들 또한 대다수의 투자자들 사례와는 괴리가 크다. 결국 투자자들의 자기책임 원칙보다는 판매사의 배상을 압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안이 자기책임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판매사·투자자의 특성을 모두 반영해 설계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내부 반응은 금융당국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크다.

금감원이 제시한 조정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은행권의 배상비율은 20~30%의 기본 배상비율에 5~10%의 공통가중 요인을 합산한 뒤, 투자자 책임에 따라 45%를 가산·차감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여기에 일반화 하기 어려움 부분에 대해 10%의 기타조정을 합산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기본 배상비율은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된 점을 고려해 20~30%의 배상비율로 책정됐고, 공통가중 항목은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책임에 대해 추가로 가산하는 항목이다.

투자자별 가산·차감 항목에서는 고령자 여부, 가입목적, 자료 유지·관리 의무, ELS 거래 경험, ELS 가입금액 및 누적이익, 금융지식 수준 등을 모두 고려한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항목을 모두 합쳐보면 결국 최대 100%까지 상황별로 배상하라는 의미인데, 사실상 알맹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에게 모든 케이스를 이에 맞춰 시뮬레이션하고, 일단 선제적으로 배상하라는 취지로 읽힌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가입자가 수만명에 달하는 만큼 아직까진 사례별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입장이라면서도, 향후 자본비율 등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만 15조원 이상 팔려나간 H지수 기반 ELS는 이미 지난달까지 1조2천억원 수준의 손실을 냈다. 주요 판매사인 은행권에서의 손실만 1조원이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까지 예상추정손실이 이를 크게 상회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2월 말 수준의 지수가 유지될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3조6천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또 1조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판매사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배상안 메트릭스가 다소 복잡해 아직 (손실에 대한) 본격적인 계산에 들어간 상태는 아니다"며 "얼마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지 등에 따라 규모가 많이 달라질 수 있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들도 나올 수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연내 배상을 실시할 텐데 결국 은행 연간 실적과 자본비율 등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곧 조정안 내용을 감안해 배상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고객 피해와 검사 지적사항에 대한 보완책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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