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독립성·전문성·다양성 확대 압박 반영

 

4대 금융지주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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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주요 금융지주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전문성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반영한 이사회 재편 방안에 대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는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물론 경쟁사에서 활약해 온 인사들도 사외이사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물론, 여성 참여를 확대해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간 '교수 모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교수 편향적이었던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간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관행이 하루 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히 많지 않다.

◇ 사외이사 늘리는 하나·우리…지방지주도 증원 행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수를 확대하는 안건을 올린다.

하나금융의 경우 주영섭 전 관세청장과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등 4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임기만료 이사 3명을 제외하면 전체 사외이사 수는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기존 함영주 회장이 유일하게 맡고 있던 사내이사도 증원하기로 해 외형적인 지배구조 변화 폭은 가장 크다.

신규 사내이사 후보에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추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물론 사내이사까지 신규 선임하는 하나금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 내부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당국의 요구에 맞춰 사외이사 구성까지 바꾸면서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과점주주 체제'를 유지 중인 우리금융도 이사 수를 6명에서 7명으로 늘린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수는 주요 은행지주 중 중 가장 적다. 과점주주 중 하나인 한화생명이 지난 2022년 지분을 매각하면서 6명까지 줄었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이탈과 송수형 이사의 임기만료를 고려해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후보로 추천했다.

지방금융지주도 비슷한 행보에 나섰다.

JB금융과 BNK금융도 이번에 각각 2명과 3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총 규모를 9명, 7명까지 키울 전망이다.

◇ 여성 사외이사 비중 확대 추세…경쟁사 CEO도 추천

특히, 사외이사 확대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30% 안팎으로 높여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우리금융이 추천한 이은주 교수와 박선영 교수 등 2명은 모두 여성 후보다.

특히,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여성 경제학자인 최윤정 연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 또한 여성 후보인 윤심 부사장을 추천하면서 성비 불균형 해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추천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전체 9명 중 3명까지 늘어난다.

이미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전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던 KB금융지주의 경우엔 이번 주총에서 별도의 여성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신한금융이 추천한 최영권 후보는 과거 경쟁업체인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수행한 이력이 있고, 하나금융의 경우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을 추천해 내부통제 전문성 강화를 꾀하기로 했다.

KB금융이 추천한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과거 우리금융캐피탈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 '이사회 구성' 놓고 갈등 표출된 JB금융

은행권 안팎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에서 주주간 격돌이 예고된 JB금융에도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앞서 JB금융의 2대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을 비상임이사로,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와 백준승 피델리티 싱가포르 시니어 애널리스트,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JB금융 임추위는 얼라인 측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일축하며, 향후 독립성 우려와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어 모두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얼라인이 요청한 이희승 이사에 더해,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이 추천한 이명상 변호사를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데 그쳤다.

총 5명의 후보를 추천했던 얼라인 입장에선 4명의 후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얼라인 측은 나머지 후보의 이사회 입성을 위해 주총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주총 표대결에 대비해 얼라인 측은 감사인 선임과 핀다와의 상호주 거래를 통해 확보한 우호지분에 대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제기하기도 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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