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입장 갈려…상호주 의결권 가처분도 '관심'

"해외주주 집중투표 작동 여부가 관건 될 듯"

 

JB금융그룹
[JB금융그룹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주주환원 정책을 두고 맞붙었던 JB금융과 2대주주 얼라인파트너스가 올해는 '사외이사 선임안'을 놓고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또 한번 표 대결에 나선다.

지난해 주총은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의 연합 구도로 JB금융의 '완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미국 더캐피탈그룹의 행보, 얼라인 측이 제기한 핀다 상호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등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의 지분 14.04%를 보유한 얼라인은 주주제안을 통해 비상임이사에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사외이사에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와 백준승 피델리티 싱가포르 시니어 애널리스트, 김동환 UTC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를 추천했다.

JB금융 이사회가 이희승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찬성의 뜻을 나타냈던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4인 후보의 이사회 입성 여부가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다.

얼라인 측은 "이희승 후보를 제외하고 이번 주총 표 대결을 통해 1~2명의 후보를 이사회 멤버로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며 "주주제안을 통해서도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JB금융 측은 얼라인의 요구가 과도하다면서 5명의 후보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과 균형 이슈, 이해충돌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주총에서 주주들은 쟁점이 됐던 사안에 대해 60대 40 수준의 비율로 JB금융의 손을 들어줬던 바 있다.

올해 주총 또한 삼양사(지분율 14.61%)와 OK저축은행(9.65%)의 연합 구도는 지난해와 같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JB금융은 최근 OK저축은행 측 사외이사 후보인 이명상 변호사를 수용하며 협력 무드를 강화하고 있다.

변수는 국민연금과 해외투자자가 될 전망이다.

우선 국민연금(지분율 6.16%)은 지난해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얼라인 측의 제안을 수용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찬성했던 김기석 후보가 올해도 사외이사 후보로 나선 만큼 스탠스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해외투자자인 더캐피탈그룹의 입장도 중요하다. 더캐피탈그룹의 경우 지난해 주총에선 지분율이 5% 미만이라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 JB금융 지분을 집중 매입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론 5.48%까지 늘렸다.

특히, JB금융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전년과 크게 달라진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JB금융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28.43%에 불과했지만, 1년 후인 지난해 말엔 34.25%로 6%포인트(p)가량 확대됐다. 이번 주총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표심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해외 투자자들은 그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지닌해에 이어 이번 주총에 대해서도 JB금융 경영진의 입장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다만,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최근 자체적인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점은 변수다.

단적인 예로 주요 주주 중 하나인 노르웨이연기금은 오는 28일 열리는 JB금융 주총 안건 중 현 이사회가 추천한 신임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반면, 얼라인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의 선임 안건엔 모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다.

노르웨이연기금의 보유 지분은 5% 미만으로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캐피탈그룹 또한 단순히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하기보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투자 실익이 큰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을 좌우할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에도 관심이 크다.

지난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던 서스틴베스트는 JB금융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독립적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얼라인 측 주주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기준원 등도 이르면 이날 중 입장을 낼 계획인데, 나머지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 또한 지난해 주총에선 얼라인 측의 주주제안에 찬성했던 전례가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자문사들의 경우 리걸 이슈나 재무 리스크가 직접 드러나지 않는 이상 기존 경영진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국내 자문사들의 경우 핀다 상호주 거래 등과 같은 케이스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라고 보고 얼라인 측의 주주제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JB금융은 지난해 7월 핀다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전북은행이 핀다 지분 10% 중 5%를 보유하고, 나머지 5%는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보유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이 과정에서 핀다 또한 JB금융의 지분 0.75%를 매입했는데, 이 지분의 의결권 사용 여부를 두고 JB금융과 얼라인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문제는 상법이 자회사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모회사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JB금융은 5%의 지분을 보유한 신기술투자조합은 자회사가 아닌 만큼 10% 미만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얼라인 측은 이를 경영권 방어의 '꼼수'로 보고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진행되는 의결권 금지 가처분의 경우 인용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례적인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얼라인의 경우 해외주주들의 집중투표 제한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JB금융과 공방을 지속 중인데, 이는 표 대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쉽사리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주총 전 진통은 불가피하고 주총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1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2024 주총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