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오진우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역캐리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안내)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포워드가이던스의 시계를 확대할 경우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1회 넘게 반영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이 시장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포워드가이던스의 적절성을 물으면서 기대는 더욱 커졌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레포금리(가중평균 수익률)는 전 거래일 3.580%로 국고 3년 금리(3.387%, 민평금리)를 상회했다.

◇ 크레디트 강세도 끝물…"차오르는 역캐리 부담"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로 볼 수 있는 단기 금리가 국고 3년 수익률보다 높은 것이다. 레포로 자금을 조달하고 국고 3년물을 살 경우 비용 부담이 지속하는 셈이다.

그간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역캐리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크레디트물의 영향이 큰 데 크레디트물도 강세 동력이 소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채 1년 금리는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 거래일 은행채 AAA급 1년물 민평금리는 3.560%를 나타냈다. 대략 3.25% 기준금리를 토대로 형성되는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그간 국고채를 보유하면 역캐리가 발생하지만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버틴 측면이 있다"며 "크레디트 강세 여력이 소진됨에 따라 향후 시장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 '포워드가이던스 어떻길래'…뉴질랜드, 2026년 금리 경로 제시

포워드가이던스 변화는 교착 상태를 뚫어줄 잠재 요인으로 꼽힌다.

통화정책 전망의 시계를 현재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할 경우 2회 이상 인하 기대가 반영될 수 있어서다.

작년 말 연준이 점도표를 발표하면서 2024년 대폭의 인하 기대가 형성된 것을 떠올려볼 수 있다. 파급력에 차이는 있지만 1회 이상 인하 기대가 반영될 공산이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기준금리 경로를 제시한다. 지난 2월 공개한 통화정책 성명에는 대략 2026년까지 기준금리 경로가 그려져 있다.

다만 국내 포워드가이던스 논의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 "(포워드가이던스) 시기 확장에 대해서 금통위원들과 상의 중이다"면서 "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테스트도 해봐야 해서 연내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영경 금통위원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서 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포워드가이던스 시계열이 확대되면 전망의 편차는 확대될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면 시계열 확대가 향후 기대 관리와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가불해서 쓰는 금리인하…정책 신뢰도도 문제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발표는 다른 일반 경제 주체와 달리 선언 효과(announcement effect)가 있는데 책임지지 못할 약속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대외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개방경제 소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채권시장의 한 참가자는 "책임을 크게 지지 않고 금리인하를 가불해서 쓰는 격이다"며 "앞선 인하 기대가 금융 불균형을 가속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기준금리 추이 및 전망치
뉴질랜드 중앙은행 2월 통화정책 성명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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