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오진우 기자 =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채권시장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소수의견 출회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에서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으면 가파른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 3년 금리는 전일 3.122%로 지난 금통위(5월23일, 3.400%) 당시보다 27.8bp 내렸다. 기준금리보다 37.8bp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고 바로 다음 회의인 8월에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인플레가 둔화한 데다 여권의 금리인하 요청에 한은이 금리인하 행보를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다. '척하면 척' 프라이싱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다.
'척하면 척'은 최경환 전 부총리가 발언한 문구로 한은 독립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한다. 한은은 2014년 8월 최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 정책에 부응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 "한은 논리 모르는 것 아니다"…그래도 사는 이유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인하 프라이싱이 가파르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금리인하기에 포지션이 없으면 불리하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포지션을 줄였다가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금리 수준이 확 낮아지면 따라갈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중한 한은 기조도 시장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 두려움) 증후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 한은 행보와 이에 대한 시장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과거 정부와 정치권이 금리인하를 압박할 때 한은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적이 많다"며 "한은 말 믿고 따라가서 돈 번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나고 보면 한은이 정치권 압박에 저항할 때가 매수 기회였다"며 "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데에는 이러한 인식이 녹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대통령실과 여당 의원들은 연이어 금리인하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금리 결정은 금통위 권한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어느 정도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고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러 나라에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가장 핵심이 금리 문제인 것을 직시해 이 문제에 대하여 당과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압박했다.
◇ 1년 구간에 몰리는 수요…조심스럽게 기회 탐색
가팔랐던 강세를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는 최근 수익률곡선에도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일 국고 1년 금리(민평금리)는 3.213%로 지난달 24일보다 13.1bp 내렸다. 이 기간 국고 3년 금리 낙폭(7bp)보다 하락세가 가팔랐다.
금리인하기에 기회를 엿보되 듀레이션을 줄여 시장이 반대로 갈 경우 손실을 축소하려는 계산이 녹아 있다고 분석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중단기 구간을 비싸게 샀다가 손실이 커지면 감당이 안 된다"며 "이 때문에 1년 구간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정치권 메시지를 보면 8월을 특정해서 인하를 주문한 것은 아니다"며 "한은이 그간 소통을 거스르면서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길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림2*
hwroh3@yna.co.kr
jwoh@yna.co.k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