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최대실적' 행진을 지속했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규모 손실 사태를 낸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여파로 1조원 이상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다.
특히, ELS 최대 판매사였던 KB금융의 실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여 '리딩금융'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1조1천845억 전망…KB금융은 9천471억·37%↓
24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컨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지배지분 순이익은 3조8천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조9천14억원 대비 22.4% 빠진 수치다.
특히, KB금융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9천4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75%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까진 '리딩금융' 자리를 유지했지만, 결국 상대적으로 ELS 자율배상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신한금융에 1위를 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1조1천845억원으로, 14.66%로 줄어드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어 하나금융은 8천645억원으로 21.56%, 우리금융은 8천82억원으로 11.5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 판매사였던 만큼 KB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수성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자율배상에 따른 비용을 대부분 1분기 충당부채에 선반영하기로 한 만큼 2분기 이후 경쟁 구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4대 금융지주 홍콩 ELS 충당부채만 1.5조 인식할 듯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이 큰 폭으로 둔화하는 데는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에 따른 손실 인식 영향이 컸다.
4대 은행은 3월 말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을 결의했다. 관련 추정 손실은 1분기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분기별로 충당부채를 인식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보다 신속한 배상을 위해 1분기에 일괄 반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선반영된 총 손실 예상액을 기본으로, 향후 손실 규모를 반영해 추가 적립에 나서거나 환입하는 구조다.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팔았던 KB국민은행에서는 9천억원 이상의 충당부채를 쌓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홍콩 ELS 판매 잔액이 7조6천695억원으로 판매에 나섰던 은행·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아울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또한 각각 3천억원과 2천억원 내외의 충당부채를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판매 잔액이 2조3천701억원으로 국민은행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의 경우엔 판매 잔액이 413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작은 수준이지만,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 부진이 지속된 점이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 고금리 기조·기업대출 덕에…이자이익은 증가세
다만, 일회성 비용인 홍콩 ELS 자율 배상 분을 제외하면 금융지주·은행의 이익 구조는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이익은 기업대출 증가와 안정적인 순이자마진(NIM)에 힘입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4대 은행의 원화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1천222조4천51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 대비 6.7%가량 늘었다.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노력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제한됐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린 결과다.
또 지난 2022년 4분기 경 채권시장 경색에 따라 고금리로 조달했던 정기예금이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자 비용 부담도 감소, 견조한 NIM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분기부터 반등 전망…건전성은 '변수'
금융권에서는 2분기부터 금융지주 실적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NIM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ELS 충당부채 이슈도 1분기 중 해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늘렸던 것도 향후 실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들 대부분은 지난해 부도율(PD)과 부도시 손실률(LGD) 지표 산정 방식을 보수적으로 개선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월까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0.51%로 집계되면서 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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