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으로 기업금융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시중은행이 영업 권역을 전국으로 확장하면서 지방은행이 긴장하고 있다.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시중은행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지방 중소기업까지 영업을 확대하자 지방은행의 실적도 삐걱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 등 5대 지방은행은 1분기 기업대출 규모가 12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8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은 686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41% 급증했다.

4대 시중은행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올들어서는 지방의 중견·중소기업까지 영업력을 강화하면서 지방의 우량 기업고객까지 흡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지방에서 탄탄한 기업 고객군을 확보했던 지방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이 지방 기업까지도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은 낮은 조달 비용을 바탕으로 한 저금리 대출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작년 1분기 평균 5.38%에서 올해 1분기 평균 5.065%로 집계됐고,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금리 평균은 같은 기간 5.914%에서 5.599%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재무적 부담이 커진 기업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의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지방은행의 실적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권재중 BNK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늘면서 중견·중소 경쟁이 압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당한 고민이 있는데 방어선을 어디에 형성해야 할지, 금리 경쟁을 따라갈 수 없고 가격 이외의 것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이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으로 영업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지방은행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7조4천억원가량이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8조8천억원으로 더 많다.

시중은행 간 기업금융 영업 경쟁이 가속하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으로까지 침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만 보더라도 4대 시중은행은 대기업대출을 5조6천억원, 중소기업대출을 4조6천억원가량 취급하는 등 2분기 들어서도 기업대출 공세는 지속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하던 DGB대구은행 같은 경우 전환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자산 성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영업 권역 확장으로 틈새시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수도권 및 타지역으로 영업을 확장해 대출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기존 기업 고객과의 관계 등을 바탕으로 일단 커버를 하고 있지만, 금리 조건 등을 보고 옮겨가는 기업도 있다"면서 "일부 시중은행은 역마진을 감내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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